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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종달이 Jan 29. 2024

전 남편에게 350만 원 복수를 했다.

망할 놈의 사랑 (1) 


솔직히 그 비싼 돈을 내고 나서  그녀는 수없이 후회를 했다. 상대 남자가 매칭이 시작되는 순간에도, 그리고 첫 파트너 남자를 만나는 그날까지도 끊임없이 후회를 하고 있었다. 

'내가 미친년이지, 그 아까운 돈을.. ' 


단 세 명의 남자를 만나서 열열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 속에서 재혼까지? 재혼 회사 직원은 그런 성공 사례가 많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세 명의 남자들을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스스로가  사탕발림 같은 말에 푹 빠져서 현실 드라마를 찍고 싶었다는 것을. 




딱히 남자가 그리웠던 것도 아니었다.

딱히 외로웠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전 남편의 몹쓸 행동과 말이 거슬렸다. 

그녀는 소심하다면 소심할 만큼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


"너도 한 번 만나 봐. 차라리 검증된 곳에서 만나는 것이 낫지. 우리 나이에.. 안 그러냐?"


전 남편은 아주 쿨하게 그녀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이혼한 우리가 그 정도로 친한 사이인가?' 어찌 보면, 이혼을 하고 나서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녀는 아직도 전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였다. 

' 이 남자랑 어떻게 하면 다시?? '를 불과 얼마 전까지도 고민했었다. 


그런 그녀에게 전 남편은 내가 현재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지를 수시로 업데이트해 주고 있었다.


전 남편이 고의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10년 가까이 한 결혼 생활, 이혼을 했지만 서로에게 가짜 이혼인지를 기대했던 시간들. 

전 남편이 그녀를 기다렸을 때엔 그녀 마음이 차갑게 식었고. 

다른 여자를 만나겠다고 선언한 전 남편을 보면서 마음이 요동치는 자신을 보고 

'아, 나 아직도 이 남자를....'라고 생각했던 순간까지. 

그와 그녀 사이엔 20년 가까이의 함께 한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최소한 그녀는 전 남편이 새로운 여자와 연예를 하고 있다는 것쯤은 그냥 알 수 있었다.

마치 바람 피우는 남편을 딱 '촉'으로 아는 보통의 부인들처럼. 

그녀에게도 , 다른 여자들에게도 그 '촉'은 여태껏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오랜 시간은 서로에게 익숙함을, 작은 변화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다.

사랑인 듯, 정인 듯, 미움인 듯, 질투인 듯..... 

복잡스러운 감정 또한 덤으로 가져다주었다.








전 남편의 마음이 완전히 식었을 때, 그는 재혼 회사에서 여자를 만났다. 


'사람이 이렇게 미칠 수도 있구나'를 느낄 만큼 뜨겁고 열렬하게 사랑을 하였다.

처음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랑에 맹신한다.


 전 남편은 3년 전, 아이들도 모른 체할 만큼 대놓고 티를 내면서 여자를 만났다. 

사랑 아니면 죽을 것 같은 그의 행동을 보면서 

아이들의 전화도 안 받는 파렴치함을 보면서 

쌍욕을 해 주었던 기억이 있었다. 


'최소한 부모니까'라는 기대를 단 한 순간도 지키지 못했던 전 남편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때, 그녀는 

바람피우는 남편을 보듯이 속이 문들어졌었다.


'왜 내가 이 남자한테 이혼을 한다고 했을까?' 


수없이 후회하고 울고 매달렸던 시간. 

안 해 본 짓 없이 전 남편 눈에 들려고 애를 썼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망설이고 매달리는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나는 내가 해 볼 수 있는 노력을 다 해 본 거야. 결국 내 마음을 못 받아주는 네가 답인 거고.'





질기고 질긴 인연의 끈이 여기서 끝났다면 딱 좋으련만.... 


전 남편은 그 후에, 몇 명의 썸녀를 만났고 

결국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바람피우고 본처의 가치를 알고 돌아오는 남자들처럼... 

쓰레기 같은 행동을 한 그를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주었다. 

'네가 그래 봤자, 내 손바닥 안이지....' 


연인인 듯 부부인 듯 노력은 해 보았지만 

다른 여자를 아는 남자의 마음은.. 

결국 영원하지 못했다. 


'바람도 처음이 어려운 것이지. 법적으로 이혼한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그녀는 결국 전 남편에게 통보했다. 처음으로 전 남편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다른 여자 만났다가 헤어질 때,
나를 찾지 마.
네가 오고 싶음 오고
가고 싶음 가고..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네가 잠깐 멈춰서 내리는 버스 정류장이 아니야. 

나는 너한테 그렇게 막 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야.
나도 남자 만나 볼 거야. 


결국, 그녀는 350만 원짜리 복수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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