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할 땐 계획도 많았고 열정도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찾아온 우울증은 나를 깊이 가라앉게 했다.
그리고 매 순간 흘러가는 시간처럼 체력은 몸과 정신을 더 깊이 잠재웠다.
아니! 어쩌면 그 핑계로 나는 어디론가 꺼져버리고 현실을 회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길었던 시간! 1분 1초도 아껴 쓰던 내가! 말이다.
그렇다고 힘들 때마다 중독처럼 의지했던 독서를 한 것도 아니다. 경제적 여건과 시간, 체력도 안 되니 유흥을 즐길 수도 없었다. 그저 다람쥐 쳇바퀴처럼 시계만 바라보며 정해진 일과대로 묵묵히 생활했다.
맞벌이다 보니 아침마다 아이의 등교준비와 출근 전쟁을 치렀고 퇴근 후에는 다시 아이의 오후 간식과 학원 시간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열 살 된 외동아이는 부모가 함께 놀아주지 않으면 유튜브와 게임에만 의존하니 주말에도 나는 철인이 되어 남자아이의 체력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3년 전, 1인 사업장을 차린 남편은 늦은 귀가는 물론 휴일에도 출근을 하니 여전히 나는 10년째 독박육아 중이다. 그렇게 주말이 되면 자판기 커피 타임을 그리는 평일을, 평일엔 푹 쉬고 싶은 주말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렇다고 직장의 내 업무가 편한 건 절대 아니다. 어린이집 유아 교사로 틈틈이 특활 수업을 했고 수업이 없을 땐 영아반 보조 업무와 기관 행사 및 전체 업무를 보조해야 해서 쉴 틈이 없다. 잠시 앉아 있는 것보다 오히려 종일 서 있는 게 마음 편한 일이다.
그래도 육아보다 일이 편하다고 느끼는 건 뭘까? 아마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기 때문일 거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오늘을 맞아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열었다.
늘 그랬듯이 이제 새해의 할 일, 정말 정신 차리고 해야 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기로 다짐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