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따뜻한 봄이 온 듯하더니 아침이 되어도 비는 그칠 생각이 없다. 컴컴하게 잔뜩 구름 낀 하늘은 내리는 비를 더욱 재촉하는 것 같다.
오늘은 아이의 새 학년 개학과 나의 새로운 도전으로 교육청 연수를 받으러 가는 날이다. 갑자기 쌀쌀해진 공기와 흐린 날이면 찾아오는 관절통은 오늘 일정을 잠시 고민하게 했다. 몇 달 전 일을 관두고 병원을 다니며 집에서 휴식기를 가질 때 우연히 아이의 ‘학교종이’ 앱에서 학부모 재능 나눔 지기 모집공고를 보았다. 방학 중에도 올라온 공고를 발견한 건 어쩌면 내게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는 예시 같기도 했다. 신청 과목을 훑으니 흥미도 있었다. 아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인지가 궁금해 담당자에게 당장 전화해 물으니 학교마다 사정이 달라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순간 쉬는 동안 아이 학교에 다니며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내 밥벌이를 생각하면 여기저기 경험과 경력을 쌓는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 이른 아침,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아이와 아침 전쟁을 치른 후 함께 집을 나섰다.
“엄마! 이제 아기들 안 보고 학교에서 일하는 거야?”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다시 배워야 하는 과정으로 교육청에 공부하러 간다고 하니 아이는 자기 학교에서 엄마를 볼 수 있겠다는 양 즐거워했다.
사실 작년 가을부터 일을 하며 다른 일을 준비했었다. 그리고 가을 학기 방송대 수시에 ‘사회복지과’를 신청해 합격도 했다. 일과 병행하며 한 학기를 마친 상태로 나 또한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어떤 일을 다시 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지만 아이들과 있는 것이 좋았고 누군가에 도움 되는 보람 있는 일을 할 때 나는 가장 행복했었다. 그래서 선택한 사회복지. 더구나 여러 방면으로 직업 선택이 넓고 요즘은 인기도 많은 학과라고 했다. 뒤숭숭한 마음을 정리하고 남편에게 직업전향을 위해 다시 공부한다고 했을 때 이런 말도 했다.
“참! 니는 돈 안 되는 것만 골라서 하네?”
순간 ‘내가 그랬던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남편의 응원은 바라지도 않았다. 이럴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의지를 다지는 게 중요했다. ‘고맙다! 남편아, 내 의지를 단단하게 해 줘서’. 비록 연애는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10년을 살았으니 이젠 웬만한 비아냥은 나도 넘길 수 있는 베짱이 생겼다.
학부모 나눔 지기 연수 과목은 놀이나 보드게임도 재미있으나 이제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에너지에 한계를 느끼니 ‘독서지도’를 선택했다. 책은 기본적으로 내가 의지하는 친구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도 중요하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지난겨울 방학 동안 내 아이와 지인 자녀들 몇 명을 모아 집에서 독서 수업도 진행했었다. 민간 독서 자격증과 유아들을 지도한 경험, 꾸준히 읽어 온 초등독서지도와 글쓰기 관련 정보들을 토대로 해 어려움은 없었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아 주 3회, 날짜와 시간도 늘렸다. 이제 조금은 나의 새로운 진로가 정리된 걸까? 그렇게 추적거리는 비를 뒤로하고 설레는 기대감으로 교육청을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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