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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겸 Mar 07. 2024

100-4 여유와 운동

여유가 먼저일까? 운동이 먼저일까?

휴식은 여유를 생기게 한다. 며칠 전 가까운 동네 체육관에 운동을 등록했었고 오늘이 첫 수업이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안일을 하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자연스레 나갈 시간이 맞춰졌다. 체육관은 집 앞 작은 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아침저녁으로 강아지를 산책하는 곳이라 익숙하다. 공원 옆 운동기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틈틈이 어르신들이 각자의 운동을 하고 그 뒤로는 체육관에서 운영하는 테니스장이 있다. 거기 또한 항상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며 공을 주고받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다들 각자의 일정대로 몸을 움직이며 살아간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매일 같이 전쟁을 치르는 나를 돌아보며 그들은 참 여유롭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운동이란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편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공원 산책을 하다 우연히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나를 본 그녀는

“언니야! 강아지 산책 중이야? 대개 여유 있어 보인다.”

배변 봉지를 든 나는 순간 뭔가에 얻어맞은 듯했다. 출근 전, 출근 후 시간을 쪼개 하기 싫어도 의무감으로 해야 하는 산책이었는데 말이다.

강아지 입양 전, 모두가 내 일이 될 거라며 만류했고 나 또한 몇 년 동안 결사반대를 이어갔었다. 그러나 저녁 외식하러 가는 길, 남편과 아이의 구경만 하자는 난리통에 어쩔 수 없이 애견숍에 들렀다가 받게 된 분양이었다. 모든 케어는 자기들이 책임지겠다는 말은 어느새 물거품이 되었고 결국 내 몫으로 1년을 채우고 있는 중이다. 새끼 강아지를 분양받았기에 처음 사회화 교육이 중요하다고 해 내 몸이 힘들어도 챙겨야 하는 것.     


강아지도 주인 닮는다고 했던가? 까칠한 입질과 고집은 꼭 남편을 닮았다. 가끔 유별난 강아지의 행동을 보고 아이가 말했다.

“엄마 우리 집엔 강형욱 훈련사님 언제 와? 빨리 신청해!”

평소 TV를 보지 않는 엄마가 강아지의 행동이 궁금할 때마다 ‘개는 훌륭하다’를 시청하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 아이가 물었다. 이렇게 아이가 만만한 강아지는 틈날 때마다 형아에게 달려들어 매일같이 옥신각신 전쟁을 치르고 있다.     


체육관에 다다르니 여기저기서 운동복을 입은 회원들이 서로를 보고 인사를 나눴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부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관절통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일하기 위한 필사적인 목표가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각자의 관점으로 보는 세상은 어쩌면 선입견 투성인지도 모르겠다.     


#책과강연#백일백장#16기#여유#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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