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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겸 Mar 24. 2024

100-21 아이의 파자마 파티

어제의 파자마 파티로 아이와 친구들은 함께 아침을 먹고 10시쯤 헤어졌다. 아쉬움이 남은 아이들은 각자 옷을 갈아입고 트램펄린을 타러 가자는 약속을 남겼다. 외동아이의 집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손님들이 오고 가면 갑자기 느껴지는 적막감에 헛헛함이 남았다. 어제 오후, 아이 친구들을 초대해 저녁도 특별식으로. 댄스파티도 하고 담력 체험을 하고 싶다기에 밤 11시쯤 학교와 공원을 돌며 게임도 했다. 편의점에서 야식을 먹이고 새벽 2시쯤엔 취침 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잠들라 하고 불을 껐다. 보통은 엄마나 아빠의 지인 아이들과 함께 놀며 잠을 자는 게 익숙했지만 처음 학교 친구들이랑 파자마 파티를 하는 거라 아이는 계속 흥분해 있었다. 알고 보면 내 자식 기 한번 살려 줄 거라고 이러는 거다. 친구들 사이 주인공이 된 아이 모습에 엄마는 힘들지만 보람을 느꼈다. 친구들이 가고 나니 아이의 텐션이 갑자기 꺼졌다. 마침 자주 게임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가 오니 아이는 익숙하게 패드를 들고 침대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세이야, 친구들이랑 12시 30분에 만나기로 한 거 알지?”

“응. 알아!”     


아이의 게임 친구는 남편 친구의 아들이다. 부모도 게임을 좋아하니 함께 게임을 즐기고 5살부터 게임 앱을 깔고 삭제도 한다며 영특하다고 했다. 남편의 절친이고 아이도 동갑이니 이런저런 핑계로 만남을 자주 가지게 된다. 코로나 시절, 학교도 가지 못하고 밖에도 못 나가니 게임에서 만나는 친구 관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바뀌었다면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그러나 부쩍 게임과 유튜브에 빠져 시간을 갉아먹는 아이를 보니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일부러 내 지인들을 초대해 게임보다는 몸으로 놀거리를 제공하고 추억을 만들었다. 같은 유치원 교사 시절 지인들이고 아직도 유아 교사를 하고 있으니 이야기 주젯거리도 잘 맞아 어른도 좋고 아이들도 괜찮았다. 그렇게 아이를 온라인 세상이 아닌 밖으로 이끌어내려고 노력하지만 한 번씩 이런 상황이 되면 허무하기도 했다. 어제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았으니 아이는 분명 피곤하다고 핑계를 댈 것이다.

약속 시간 30분 전. 나는 아이에게 게임을 마무리할 시간을 알렸다. 아이들도 하고 있는 것을 바로 중지시키면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니 나는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미리 알렸다.

“세이야, 친구들이랑 만날 시간 다 되어간다. 이제 마무리해야 해”

“엄마! 그런데 나 나가야 해?”

“세이야, 친구들이랑 함께 놀기로 약속했잖아. 피곤해도 다녀와. 막상 놀면 재미있을 거야. 2시간 정도 놀고 와서 쉬면 되잖아”

엄마의 부드럽게 타이르는 말투에 단호함이 묻어나니 아이는 거부할 수 없음을 짐작했다. 그렇게 아이는 아쉬움을 남기며 패드게임을 껐다.     

 

물론 어제 함께 놀았던 친구들의 성향도 내 아이와는 달랐다. 네 명이 있으니 호기심과 장난기가 많은 아이와 겁이 많고 조용한 아이로 나뉘기도 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야 한다. 그래서 행여나 나랑 맞지 않은 이들이라도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가야 한다. 외동인 만큼 아이에게 세상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다. 더구나 형제간의 사소한 양보와 배려를 배울 기회도 없으니 말이다.

#책과강연#백일백장#16기#외동#아이#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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