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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촌부 Jun 12. 2023

 딸에게 속았다는 기분은 들었지만..

오이지. 오이냉국.


장터에 가니 싱싱한 오이가 나왔더군요.

주말에 딸들도 온다고 하여, 오이냉국을 해주려고 오이를 구입했습니다.

텃밭에도 오이를 심었는데 아직은 꽃만 피였을 뿐 오이지 담기는 이릅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오이지를 두 번이나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


'아빠가 보내 준 오이지가 너무 맛있다고 온 동네 소문이 났어요' 

'시부모님께서도 맛있다고 하시고..

근처에 사시는 집사님도 더 없냐고 하셔서 조금 더 드렸어요'  





맛있게 먹었다는 교묘한(?) 칭찬으로

모처럼 아빠 노릇 한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습니다.

장터에 가서 싱싱한 오이 40개 더 사다가 절여서 보내 준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어영부영한 것 같아도 한 일이 제법 많았습니다.

오디잼도 만들고.. 매실 장아찌도 만들고..




전혀 상상조차 못 했던 일들을 요즘은 넉살 좋게 척척하는 제가 대견할 정도입니다.

이런 소소한 삶의 재미를 모르고, 앞만 바라보고 미친 듯이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업에 대한 미련이 모두 깨끗하게 지워지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나이와 함께 오는 은총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미련을 접고 

현실의 삶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지금의 주워진 환경과 시간은 저에게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소중한 가치는 저 스스로가 만들어야 할 의무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세상은 無常입니다.

모임이 있어서 모처럼 서울에 가면 화려한 거리는..

제 시선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멈춤이 없이 변용 중이었습니다. 


저도 한 때는 무리(?)들 속에서..

부와 명예에 집착하여 필연적인 삶으로 알고 나름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제는 그 무리에서 벗어나 비관적인 변화가 아닌..

지금의 변화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을 합니다. 


승용차를 타고 아파트에서 살던 삶은 이제는 내 자식들이 누리고..

저는 어설픈 촌부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먹거리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사는 게 

저에게 맞는 무상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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