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리적 위치와 토지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관광에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이런 조건으로 제주는 국내외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특히 제주는 화산 활동에 따른 지형적 특성과 사람이 정주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춘 아름다운 섬이다. 지금까지 여행이나 업무적인 일로 제주를 여러 번 다녀왔다.
제주도에 처음 간 것은 대학 시절 졸업여행 때다. 목포에서 카페리호를 타고 4시간 만에 제주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중문단지, 산굼부리, 성산 일출봉, 제주박물관, 항몽 유적지 등을 돌아보았다.
그 이후 신혼여행이나 가족여행과 직장에서 업무적인 일로 다녀왔다. 제주에 갈 때마다 제주도를 속속들이 돌아본 적은 없다. 제주는 섬이지만 넓어서 2박 3일 일정으로 전부를 돌아볼 수는 없다.
그곳에 갈 때마다 이전에 가본 적이 없는 곳을 선정해서 돌아보았다. 제주도는 공항에 도착해서 제주 시내를 거쳐 서귀포로 갈 때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몇 년 전부터 제주는 국제 자유도시 조성을 위해 호텔과 콘도가 들어서고 면세점을 확대하고 국제학교와 각종 박물관 등을 곳곳에 세우고 있다. 국제 자유도시 조성은 제주의 토속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개발이다.
제주의 개발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제주에 건설하는 시설물은 토속적이거나 토지의 지형과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러하지를 못하다.
제주 곳곳에 각종 현대적인 시설물이 들어서면서 제주는 점점 이전에 느꼈던 토속적인 멋과 맛을 잃어간다. 제주도가 관광 수입을 늘려 지방재정을 확충하려는 개발방식은 이해한다.
그러나 제주 고유의 미는 관광자원의 보존과 관리를 통해 유지하는 것이지 개발에 의존해서 관광자원을 보존하고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추세로 개발을 지속한다면 얼마가지 않아 제주의 향토적인 멋과 맛은 영원히 사라질지 모른다.
제주의 개발 모티브인 국제 자유도시 조성이란 타이틀은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제주에 호텔과 콘도와 면세점과 국제학교를 비롯한 각종 박물관을 세워 이득을 보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누구일까.
아마도 제주도민이 아니라 건물의 소유자인 외부인이다. 대학 졸업여행을 간 것이 80년대 중반이다. 그 이후 근 삼십 년 동안 많은 시설물이 들어서고 주변 환경도 달라졌다.
제주를 개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자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 개발과 보존은 병행해서 해야 한다. 단지 개발을 하려면 제주의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것을 최대한 살려서 보존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육지에서 개발하는 방식과 대동소이하다. 제주를 개발하되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것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아기자기한 관광지로 개발해야 제주의 전통과 멋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보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제주는 한낮 구경거리도 없고 특색이 없는 관광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는 서울에 있어야 관광 거리가 되지 제주도에 건설해 놓는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아마도 육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까지 찾아가서 롯데월드타워를 올라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롯데월드타워를 올라가려고 하는 것은 도심 속을 벗어나는 기분과 느낌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제주는 제주다운 방식과 방법으로 관광지를 개발하고 보존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는 역사와 자연적인 지형을 최대한 살려 보존하는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몇십 년 지나서 다시 찾아가도 여전히 이전 그대로 보존하고 관리한다. 제주는 화산과 관련한 활동으로 인하여 형성된 지형적 특성을 갖춘 곳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보존한다면 제주는 유명한 관광지로 영원히 보존할 수 있다.
제주를 개발 논리만 앞세워 현대적인 건물을 짓지 말고 토속적인 것과 향토적인 것에 멋스러움을 더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보존했으면 한다. 그것이 제주를 제주답게 개발하고 보존하는 지름길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는 자신만의 멋스러움과 고유함을 유지하며 보존되고 있다. 멋스러움이란 고유한 것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작업이다. 현대의 멋스러움은 규모를 추구하거나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다.
제주의 멋스러움이란 화산 활동에 의한 지형을 최대한 살리되 그것에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자원을 발굴하여 원형질을 보존하고 그곳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것이다.
아울러 제주 마을의 탄생과 전해오는 민화나 전설 등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해서 여행객에게 제주의 토속적인 것을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제주를 개발하고 보존하면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 온 방식대로 현대적 건물이나 시설의 규모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개발한다면 제주는 한낮 변방의 관광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