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상에서 의식주 외에 행복을 누리는 것은 무엇일까. 고상한 취미라고 말하는 사람과 멋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에 대한 답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송파에서 한 십여 년 살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강동으로 이사를 왔다. 이곳에 오게 된 사연은 남들과 대등 소이하다. 그중에 하나는 나이가 들어 집 크기도 줄이고 노후의 생활을 고려해서다.
지난해 이곳에 와서 그나마 좋은 것은 거실에서 바라보는 전망이다. 층은 그리 높지 않은데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집들을 풍경처럼 내려다볼 수 있어서 좋다.
특히 거실의 풍경 한가운데로 저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고스란히 바라보인다. 잠실에 우뚝 선 롯데월드타워가 내 것은 아니라지만 매일같이 공짜로 볼 수 있다.
집 구조상 일자산과 승상산과 구봉산 등 산은 바라볼 수 없지만 시내 쪽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아파트나 단독이나 빌라 등이 그리스의 산토리니처럼 옹기종기한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삶에서 살가운 정이 오고 가는 풍경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다. 게다가 서울에서 제일 높은 롯데월드타워를 매일 바라볼 수 있으니 이사를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를 측정하는 도구로 롯데월드타워를 이용한다. 롯데월드타워가 선명하게 보이면 날씨가 맑은 날이고 잘 보이지 않거나 희미하게 보이는 날은 흐리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로 간주한다.
고향이나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는 주로 산을 기준 삼아 하루의 날씨를 측정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롯데월드타워를 바라보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일상에서 산을 마주하는 시선과 건물을 마주하는 시선은 서로 다른 것 같다. 산은 바라볼수록 인자함과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하는데 롯데월드타워는 바라볼수록 경쟁심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품게 한다.
산이나 건물이나 무심하게 바라보면 그만이지만 그 이면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 같다. 아마도 그것은 사물이 본래적으로 갖는 특성일 것이다.
아침마다 우뚝 솟은 롯데월드타워는 다채로운 불빛을 반짝이며 한 번 놀러 오라고 손짓한다. 산은 꽃이나 열매를 맺어 사람에게 손짓하는데 타워는 불빛을 화려하게 바꿔가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언젠가 호주 시드로 여행 가서 오페라하우스를 관람한 적이 있다. 귤조각 같은 인상적인 건물을 세우고 주변에 여러 코스의 관광자원을 개발해서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고 몹시 부러워했다.
롯데월드타워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만은 못하겠지만 사람들에게 한번 구경하러 오라는 상징성은 갖춘 것 같다. 롯데월드타워와 비교할 만 것은 오페라하우스보다 두바이의 버즈칼리파가 나은지도 모른다.
두 건물의 외형은 서로 다르지만 도시에서 역할은 비슷하지 않을까. 두바이는 사막에 건물을 세우고 화려한 분수대 놀이로 사람을 춤추게 하고 서울은 중심에 건물을 세워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으로 춤추게 한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오페라하우스도 가보고 버즈칼리파 건물도 올라가서 두바이 시내를 내려다본 적이 있다. 그리고 롯데월드타워도 친구들과 같이 올라가서 서울 시내를 구경한 적이 있다.
세 건물 중에 과연 어느 것이 제일 좋은 가를 묻는다면 오페라하우스가 그래도 낫다는 생각이 든다. 건물 하나가 도시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지만 복합적인 역할과 미적으로 우수해서다.
서울에서 롯데월드타워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어찌 되었든 서울이나 우리나라 다른 도시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 건물이 되었으니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 어디서나 롯데월드타워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수없이 많다. 그런 곳 중에 한 곳을 선택해서 매일같이 거실에서 공짜로 바라볼 수 있으니 그보다 더 멋진 삶과 풍경은 없을 듯하다.
삶에서 행복은 멀리서 구할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서 찾아야 한다. 그것이 비록 가슴에 품을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저 대상으로 즐기며 소소한 삶을 누리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