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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인연'을 읽고

by 이상역

사람은 때가 되면 만나고 시절이 다하면 끝나는 것이 인연이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고,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만남이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은 고교 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적이 있다. 요즈음 구민회관에서 진행하는 행복한 수필 쓰기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데 강사가 다시 읽어보고 느낀 감정이나 구상에 대하여 나름 정리해 보란다.


수필 '인연'을 몇 번 읽어 보았는데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나 감정이 학창 시절보다 떨어진다. 수필은 한 번 읽고 나면 정감이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가슴에 와닿는 강도가 미미하다.


서두 부분을 읽으면 무엇에 대하여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 본문을 읽으면서 작가가 일본의 가정집에 머무르면서 아사코와 만남에 대한 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인연'을 몇 번 읽어보니 작가가 일본의 아사코를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사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몇 번 읽으니 수필의 제목을 '인연'보다 '첫사랑'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이 교과서에 등재될 정도로 유명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글을 읽어보니 과연 '인연'이 문학인들 사이에서 회자될 만큼 문학성이 뛰어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인연'이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에서 현대수필 작법에 맞추어 써서 유명해진 것인지 아니면 피천득이란 수필가의 명성이 유명해서 글이 유명해진 것인지 판단할 알 수가 없다.


작가는 일본의 아사코를 세 번 만나면서 느낀 점을 글로 표현했다. 이 글을 읽어보면 상대방의 애틋한 감정도 느낄 수 없고 서로가 그리워하는 심정도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수필이 작가의 체험에 근거해서 쓴 글이라 상대방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하는 것은 알 수가 없다. 작가의 경험에 의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수필이다.


인연에는 오롯이 작가만이 아사코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감정만 표현했다. 고교 시절 국어 시간에 선생님에게 '인연'에 대하여 어떤 것을 배웠는지 생각나는 것은 없다.


사람들이 '인연'을 좋아한 것은 작가가 아사코라는 여자에 대한 애틋한 생각과 일종의 첫사랑이란 소재가 호기심을 자극해서 좋아했던 것은 아닐까.


수필 '인연'에서 특이한 점은 작가가 소설에서 사용하는 복선의 장치를 곳곳에 사용한 점이다. 서두에서 성심여자대학교나 본문의 소재에서 안데르센의 동화책이나 울프의 소설 '세월'은 복선 장치이다.


그리고 본문에서 성심여자대학교는 아사코가 다니는 성심여학원과, 안데르센의 동화책은 아사코가 사는 뾰족 지붕에 뾰족 창문들이 있는 작은 집과, '세월'은 마지막에 만난 아사코의 얼굴과 연결되도록 문장을 전개했다.


수필 '인연'의 백미는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째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는 문장이다.


'인연'에서 이 문장을 뺀다면 어떻게 될까. 문장의 백미가 사라지면 아마도 글의 가치가 떨어진다. 결미에 이 문장을 쓴 것은 내가 생각해도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작가라면 서두를 보완 해서 인연이란 어떤 것이고 아사코와 왜 만나게 되었는지 등 주제와 소재아우를 수 있도록 쓰고 싶다.


또한 수필의 마무리로 첫사랑 상대방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삶을 승화시키는 문장을 추가해서 보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수필 '인연'의 글이 보다 풍성하고 멋진 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감상에 대한 평가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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