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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Jun 13. 2022

빛우물


마음에 조그만 구덩이 하나 파서

그 안에 빛만 모은다


6학년 때 받은 친구 편지

노을 지는 선착장

선착장 바위에 붙은 고둥

안국동 골목의 기타 소리

여름밤 옥상의 빨간 머리 앤

6월 2일의 전화 한 통

은하수 같은 아이들의 시

막 담근 맛없는 여름 김치


빛은 굴절된다


친구의 마지막 얼굴로

검은 섬의 파도 소리로


우물 벽에 번지는 그림자

틈 사이로 숨고 눌어붙을 땐


우물 속에 떨어진 나뭇잎 걷어내고

굴절된 그림자 닦아낸다

넘치지도 않게 마르지도 않게


빛우물 속에 고인 빛

하루치만 퍼올려서

마음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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