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조그만 구덩이 하나 파서
그 안에 빛만 모은다
6학년 때 받은 친구 편지
노을 지는 선착장
선착장 바위에 붙은 고둥
안국동 골목의 기타 소리
여름밤 옥상의 빨간 머리 앤
6월 2일의 전화 한 통
은하수 같은 아이들의 시
막 담근 맛없는 여름 김치
빛은 굴절된다
친구의 마지막 얼굴로
검은 섬의 파도 소리로
우물 벽에 번지는 그림자
틈 사이로 숨고 눌어붙을 땐
우물 속에 떨어진 나뭇잎 걷어내고
굴절된 그림자 닦아낸다
넘치지도 않게 마르지도 않게
빛우물 속에 고인 빛
하루치만 퍼올려서
마음을 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