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고무줄 하나
날개처럼 달라붙어서
있는 대로 끝없이 늘어난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고무줄
팽팽해지다가
딱 그 순간이 온다
해가 좋거나
나무가 반짝이거나
노래가 흘러나오는
그 순간이 오면
늘어난 그 탄성의 힘으로
예전 그때로
끝간 데 없이 끌려간다
그 여름으로
그 나무 아래 벤치로
그 맴돌던 골목으로
그녀의 등을 보던 때로
그 무거움에 짓눌리던 때로
사람들의 시선을 온전히 받고
사람들의 시선을 완강히 모른 척하고
심수봉의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던 그녀와
그것으로 좋다던 나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지 싶다가도
어쩌면 이게 영원이겠지 했던
고무줄이 등에 착 달라붙었던
그 여름의 그 길가로 끌려가서
그 뜨거움을 다시
그 막막함을 다시
그 쓸쓸함을 다시
다시
다시 돌아가
다시 마주하다가,
고무줄이 느슨해지면 다시 걷는다
등에 달라붙은 고무줄
조금씩 늘어난다
한 발씩 늘어난다
고무줄 달고
이젠 뜨겁지 않은
사람들 없는
심수봉의 노래도 없는
그 거리를 혼자 걷는다
등에 붙은 고무줄 조금씩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