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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Apr 19. 2022

고무줄


등에 고무줄 하나

날개처럼 달라붙어서

있는 대로 끝없이 늘어난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고무줄

팽팽해지다가

딱 그 순간이 온다


해가 좋거나

나무가 반짝이거나

노래가 흘러나오는

그 순간이 오면

늘어난 그 탄성의 힘으로

예전 그때로

 데 없이 끌려간다



그 여름으로

그 나무 아래 벤치로

그 맴돌던 골목으로

그녀의 등을 보던 때로

그 무거움에 짓눌리던 때로


사람들의 시선을 온전히 받고

사람들의 시선을 완강히 모른 척하고

심수봉의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던 그녀와

그것으로 좋다던 나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지 싶다가도

어쩌면 이게 영원이겠지 했던

고무줄이 등에 착 달라붙었던

그 여름의 그 길가로 끌려가서


그 뜨거움을 다시

그 막막함을 다시

그 쓸쓸함을 다시

다시

다시 돌아가

다시 마주하다가,


고무줄이 느슨해지면 다시 걷는다


등에 달라붙은 고무줄

조금씩 늘어난다

한 발씩 늘어난다

고무줄 달고

이젠 뜨겁지 않은

사람들 없는

심수봉의 노래도 없는

그 거리를 혼자 걷는다

등에 붙은 고무줄 조금씩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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