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
지나가지 않는 것 같아도 지나간다
멈춘 듯할 때도
얼어버린 듯해도
그 방향을 향해 움직인다
하필
내 앞에서만 피지 않는 꽃 같아도
그것은 느리게 피고
느리게 진다
모두 돋아난 새싹이
나에게만 와주지 않을 것 같아도
나만을 외면하는 것 같아도
모든 나무 그 속에서
숨을 쉬고
속살을 건드린다
다가올 것은
다가오고야 말고
지나가는 것들은
끝끝내 지나가고야 만다
붙잡아둔 것 모두
조금씩
천천히 내뱉는 숨처럼
소리 없이 기척 없이
가야 할 곳으로
가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