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

by 김사과


지나간다

지나가지 않는 것 같아도 지나간다

멈춘 듯할 때

얼어버린 듯해도

그 방향을 향해 움직인다


하필

내 앞에서만 피지 않는 꽃 같아도

그것은 느리게 피고

느리게 진다


모두 돋아난 새싹이

나에게만 와주지 않을 것 같아도

나만을 외면하는 것 같아도

모든 나무 그 속에서

숨을 쉬고

속살을 건드린다


다가올 것은

다가오고야 말고

지나가는 것들은

끝끝내 지나가고야 만다


붙잡아둔 것 모두

조금씩

천천히 내뱉는 숨처럼

소리 없이 기척 없이

가야 할 곳으로

가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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