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어둠 속
소리 없이
느려지는 시간들 속
느껴지는 밤공기의 흐름
여름밤의 숨결
낮에는 들리지 않았던
말하자면
나를 재촉하던 소리
나를 원망하고
보잘것없게 만드는 소리 대신
잔잔히 들려오는 밤공기의 숨소리
밤을 달려서
새벽을 향해 가는
누군가의 발소리에 밀려난 공기가
작은 파도가 되고
작은 너울이 되어
밤을 타고
나무를 휘감고
창문을 넘어서 들어와
발끝으로 밀려와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스미는
밤의 숨결로서
나는 존재한다
이를테면
샛별의 작은 빛으로
대낮의 뜨거웠던 땅이 식어가듯
아직 불 켜진 창의 열망으로
나는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