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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

by 김사과

떨어지고 흐릅니다

떨어진 자리에 멈춘 비는 없습니다

패인 곳을 찾아 흐릅니다

흐르다 고입니다


고이다 보면

모양이 보입니다

이유도 보입니다


바람이 지나가고

먼지만 들러붙어

발 헛딛던 웅덩이


무릎 깨지고

손바닥 빨갛게 하던

안 보이던 웅덩이

빗물 고여서 가득 차면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마음도 흐릅니다

패여서 빈 자리를 찾아

채워지지 못해 아픈 웅덩이로

자꾸 발 헛딛게 하고

넘어지게 하는 웅덩이로

마음이 흘러가 고입니다


고이면 보입니다


날아본 적 없는 날개를 가진 새

닿아본 적 없는 파란 하늘

자꾸만 뒷걸음질 하는 고양이

꺼지지 않는 빨간 신호등


웅덩이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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