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다 뒤로 흐른다
걸어오던 사람들도 지나간다
파란 대문 집 감나무도 등 뒤로 멀어진다
짖어대는 검은 개
소리도 점점 등 뒤로 작아진다
꽃이 피었다
핀 꽃은 금세 과거가 된다
노란 느티나무 잎이 떨어지듯
별빛이 도착하듯
지금 이 순간은 지나간다
살아있으니 지나간다
살아있으니 슬픔은 과거가 된다
밥을 먹는다
잠을 잔다
또 다른 어제가 생겼다
골목 끝
나무 위에 뜬 초승달
내일이면 밤을 조금 뱉어낸다
매일 조금씩 뱉어낸다
오늘의 밤은 과거가 된다
밤을 걷는 내 발소리만
나를 따라온다
모든 것이 뒤로 흐를 때
떨어진 것을 밟고 걷는
발소리만 실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