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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Nov 14. 2022

밤 산책

걷다 보면 다 뒤로 흐른다

걸어오던 사람들도 지나간다

파란 대문 집 감나무도 등 뒤로 멀어진다

짖어대는 검은 개

소리도 점점 등 뒤로 작아진다


꽃이 피었다

핀 꽃은 금세 과거가 된다


노란 느티나무 잎이 떨어지듯

별빛이 도착하듯

지금 이 순간은 지나간다


살아있으니 지나간다

살아있으니 슬픔은 과거가 된다


밥을 먹는다

잠을 잔다

또 다른 어제가 생겼다


골목 끝

나무 위에 뜬 초승달

내일이면 밤을 조금 뱉어낸다

매일 조금씩 뱉어낸다

오늘의 밤은 과거가 된다


밤을 걷는 내 발소리만

나를 따라온다


모든 것이 뒤로 흐를 때

떨어진 것을 밟고 걷는

발소리만 실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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