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사과 Dec 12. 2022

우린 달라


10.29 참사가 있고 나서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핼러윈이 어린이날만큼 중요한 아이들에게 이번 참사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어떤 생각을 갖게 했는지 글로 쓰게 해 보았다. 그리고 결과물을 확인했을 때 나는 작은 턱을 만났다.


80퍼센트가 "사람이 많은 곳은 가면 안 된다."라고 쓰여있었다. 한 아이는 "이번 사건은 어쩔 수 없는 사건이었다."라고 써놓았다. 피해자의 편을 드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 생각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학교에서 배운 것, 부모에게 들은 것, 각자 속해 있는 커뮤니티에서 본 것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남은 것이리라. 그 말의 진짜 의미는 모르고, 다수의 어른들이 하는 말에 생각을 가지치기하고 있는 것이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나무들은 왜 다 비슷하게 클까?


비슷한 모양으로 비슷한 길이로 나란히 서있는 나무들은 분명 각자의 뿌리로 각자의 줄기와 가지를 갖고 있는데 높이가 똑같다. 멀리서 바라보면 가로수 중에 들쭉날쭉한 것은 없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가지치기를 한다지만 꼭대기의 가지까지 쳐내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든다.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는 뻔하다. 너무 자라면 뿌리가 약한 플라타너스가 태풍에 뽑힐 수 있으니까. 너무 무거워진 나무가 전선을 눌러 끊어질까 봐. 하나만 유난히 크고 넓게 자리를 차지하면 미관상 안 좋으니까. 이유는 많겠지만 결국 관리하기 편해서다.


가로수는 대부분 플라타너스다. 간혹 은행나무를 보지만 플라타너스가 많다. 이 버즘나무 종류의 가로수들은 멀리서 보면 다 똑같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나무들은 다 각각 자기 만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같은 거리에 비슷한 뿌리를 내리고, 비슷한 숫자의 가지를 뻗고 나뭇잎을 가진다고 해서, 같은 나무가 아니다. 각자 자기만의 특징이 있다.

어떤 나무도 똑같은 나무껍질을 본 적이 없다. 자기만의 습성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보이며 힘차게 자라고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가지를 쳐낸다고 해서 자기만의 특징이 바뀌진 않는다.


아이들이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관리하기 쉽기 위해 생각의 틀을 가지 치기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 시간에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도 된다고 말해줄 것이다. 축구장도 사람이 많고, 콘서트장도 사람이 많다고 말해줄 것이다. 여름의 바닷가도 사람이 많고, 가을의 단풍 든 산도 사람이 많다. 우리는 사람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남들이 그어놓은 선에 자신을 구겨 넣지 말라고, 우린 다르다고 또 잔소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나무 껍질 무늬를 알아야 타인의 무늬를 인정할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가져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을까? 틀려도 괜찮고, 이상해도 괜찮으니까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유일한 인간으로 성장해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입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