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에서 건진 물고기
껍질을 벗겼더니
핏물이 묻은 두툼한 살덩어리
툭툭 썰어 입에 넣어 씹는다.
무엇을 먹고 있나
흙탕물을 씹는다
그 속에서 발버둥치던
잔새우를 씹는다
먹고 먹히지 않으려는
공포를 씹는다
나는 왜 이 흙탕물 속에 있나
오랜 절망과 체념과 햇빛을 향한 비아냥이
비린내가 되어
이빨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쏟아져 내린 여름 폭우 속
쓸려 내려온 어느 산의 돌가루
어느 숲의 벌레
목이 잘린 벌레
벌레의 다리
벌레의 배설물이 섞인
흙탕물 속에서 헤엄치고 숨쉬고 꿈꾸던
물고기의 껍질을 벗겨
설컹설컹 썰어
핏물이 남은 회 한 조각을 씹어 삼켰다
뱃속에서 물고기가 헤엄친다
벌레 한 마리 없는
흙탕물조차 없는
햇빛 구경할 수 없는
내 뱃속에서
분홍빛 비늘의 물고기가 헤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