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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by 김사과

흙탕물에서 건진 물고기

껍질을 벗겼더니

핏물이 묻은 두툼한 살덩어리

툭툭 썰어 입에 넣어 씹는다.


무엇을 먹고 있나

흙탕물을 씹는다

그 속에서 발버둥치던

잔새우를 씹는다


먹고 먹히지 않으려는

공포를 씹는다


나는 왜 이 흙탕물 속에 있나

오랜 절망과 체념과 햇빛을 향한 비아냥이

비린내가 되어

이빨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쏟아져 내린 여름 폭우 속

쓸려 내려온 어느 산의 돌가루


어느 숲의 벌레

목이 잘린 벌레

벌레의 다리

벌레의 배설물이 섞인


흙탕물 속에서 헤엄치고 숨쉬고 꿈꾸던

물고기의 껍질을 벗겨

설컹설컹 썰어

핏물이 남은 회 한 조각을 씹어 삼켰다


뱃속에서 물고기가 헤엄친다

벌레 한 마리 없는

흙탕물조차 없는

햇빛 구경할 수 없는

내 뱃속에서

분홍빛 비늘의 물고기가 헤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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