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by 김사과

“공부하기 싫어.“

“학원 가기 싫어.“

“쓰지도 않는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 걸까?“


아이들의 생활문 내용이 한결같다. 논설문을 써도 ‘놀아야 한다.’, 시를 써도 ‘시험이 무서워.’ 같은 것들이다.

쉬고 싶다. 친구와 놀고 싶다. 게임하고 싶다. 그 틀 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성적과 입시와 선행학습이 삶에서 가장 큰 의미가 된 아이들은 ‘나는 불행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다.



다양한 사고를 하라고 가르치지만,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달 평가 시험과 점수이고, 상위권 반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시선이 잔뜩 좁혀졌다. 사고는 뻔해지고 틀에 갇혀버렸다. 시선은 틀 안의 딱 그만큼만 본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잖아!


두 달 전부터 여권을 만들자는 계획을 세우고 사진 찍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이마를 까야한다고?’

‘보정도 안 되는 거야?’

‘얼굴이 다 드러나게 찍는다고?’




여권 사진의 규칙을 찾아볼수록 나는 선뜻 사진관으로 가기 어려웠다. 온전히 나를 드러내야 하는 그 순간이 너무나 두려워졌다. 화장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나이와 삶에 찌든 나의 얼굴을 마주하기 두려웠다.


아름답지 않을 텐데… 주름이 많을 텐데… 너무 나이 들어 보이면 어떡하지?


그게 나의 전부가 아닌데, 나는 나를 프레임 안에 가두고 그 안에 있는 내가 나의 전부인 것처럼 깎아내렸다. 나 역시 ‘나는 불행해.’라는 틀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날 동안 여권 사진 하나 찍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만 보내다가 깨달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토요일 아침 나는 사진을 찍기로 마음을 먹고 최대한 단정히 화장을 했다. 사진관으로 가는 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현실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도망쳐서도 안 되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 보정 어플이 찍어주는, 나 아닌 내 사진에 마비된 채 살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거울 속의 나를 확인하고, 카메라 프레임 앞에 섰다. 어색한 조명과 찰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금세 사진 찍기는 끝났다. 작은 모니터에 뜬 원본 사진은 보고 싶지 않았던 나였다. 사람들에게 내가 이렇게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풀이 죽었다. 그러다가 그 틀을 조금 넓혔다.



좁은 프레임 속의 얼굴이 내 전부는 아니다. 나의 마음과 말과 행동이 더해진 게 나다. 나의 하루하루가 쌓인 것이 나다.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 나다. 다정한 태도의 내가 나고, 깊이 고민하고 공감하는 내가 나다. 내가 읽는 책과 듣는 음악과 쓰는 글들이 나다.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지만, 얼굴로는 담을 수 없는 삶이라는 것도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프레임 안에 담긴 것만을 보려 한다면 전부를 본 것이 아니다. 프레임 안에 있는 것만 보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프레임 밖의 것을 보게 된다면, 숨겨진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공부 싫어. 학원 싫어. 영어 싫어. 그렇게 자기를 ‘불행해’라는 좁은 틀 속에 가두게 되면,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시야를 조금 넓히면, 안전한 곳에서 인생의 일부를 배우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어렵다는 영어는 어느 날인가 혼자 세계 여행을 할 때,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라고 말해줄 것이다. 극 I 성향인 논술 선생님의 여행 경험담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제 겨우 여권 사진을 찍었으니 다음 주에는 인생 첫 여권을 만들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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