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니, 사람이 있네

by 김사과


인천 자유공원은 4월이면 사람들로 가득 찬다. 봄이 오자마자 공원 여기저기 피는 벚꽃 때문이다. 근처에 차이나타운이 있어서, 다른 지역 관광객이나 외국인도 찾아온다. 그래서 벚꽃 나들이를 갔다가 사진을 찍으면, 벚꽃만큼이나 사람들이 많이 찍힌다.



올해는 조금 달랐다. 벚꽃이 가장 예쁘게 핀 토요일과 일요일 내내 비가 왔다. 돌풍도 많이 불고, 기온도 갑자기 떨어졌다.


“지금 가면 꽃이 다 떨어졌겠죠?”


벚꽃이 다 떨어졌을 늦은 4월의 목요일 11시, 학원 선생님 차를 타고 자유공원을 향했다.


월미도의 관람차를 타자, 영종도로 노을을 보러 가자,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는 학원 선생님을 따라, 햇살이 가득한 낮의 자유공원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공원에는 사람이 없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은 없고, 떨어진 분홍색 벚꽃잎만 수북했다. 어느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도 걸리는 사람이 없었다.


꽃이 피었을 때는 사람들 목소리에 들리지 않던 새소리도 들렸다. 바람이 느껴지고, 반짝이는 햇살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연둣빛 이파리 속의 아주 조금 남았지만, 오히려 연둣빛 때문에 분홍빛의 벚꽃이 또렷하게 보였다.



어디선가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 가 보니, 어린이집 아이들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명의 선생님이 아이들을 의자에 앉히고 사진을 찍어주고 계셨다. 이제 겨우 말을 알아들을 것 같은 꼬맹이들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봄을 경험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안전 문제로 현장학습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 속에서 아이들의 나들이가 다르게 보였다.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이렇게 나왔구나 싶었다.


글짓기 수업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조차 선뜻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바다에 안 가봤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고, 배를 타 본 적 없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글로 계절을 가르쳐줘야 한다. 정말 좋은 배움은 이렇게 공원에 나와 친구들과 걸어보고 사진 찍고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을 지나쳐 조금 걸으니 아주머니 두 분이 앉아계셨다. 70대가 아닐까 싶은 두 아주머니께서 꽃을 바라보며 웃는 모습에, 다가가 물었다.


“사진 찍어드릴까요?”

“말도 안 했는데, 우리 마음을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핸드폰을 받아 들고 친구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의 사진을 찍었다. 두 분은 각각 팔을 들어 크게 하트까지 하며 사진을 찍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과 11시의 햇살과 두 분의 행복한 웃음만 있었다.


공원 구석 카페 앞길에 노란색 유치원 차가 서 있었다. 벚꽃이 다 떨어지고 연두색 이파리가 돋기 시작한 나무 아래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줄 세워 유치원 차에 태우고 있었다. 현장학습을 끝내고 유치원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학원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보며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작년 4월에 나는 혼자 벚꽃 구경을 왔었다. 아름다운 꽃이 정말 가득 피어있었다. 그만큼 사람들도 많았다. 사람은 많았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밀리듯 걷다 보니 꽃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꽃은 보았겠지만, 봄을 느끼지는 못했다.


오늘은 벚꽃 구경이라고 할 수 없었다. 예쁜 벚꽃 사진도 없었다. 하지만 행복했다. 몇 명 없었지만, 사람이 온전하게 보였다.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며 추억을 남겼다.


누구에게나 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가 있다. 참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일 테지만, 사람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다 꽃이 하나둘 떨어지고, 점점 사람들이 떠나갈 때가 온다. 그때 내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때… 행복하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꽃이 다 진 후에 알게 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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