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는 먹는 게 아니다

by 김사과


분명 밥을 먹었는데, 카페 문을 들어서는 순간, 메뉴판 앞에 서는 순간, 디저트 진열장을 살핀다. 음료는 항상 정해져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 뭐 먹지?”



디저트 중독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5시간 가까이 카페의 자리를 차지하고, 노트북을 사용하다 보면 주인의 눈치가 보인다. 사천 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만으로는 뻔뻔하게 버티지 못한다.



게다가 뭔가 예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유리잔만 있을 때는 차가운 침묵에 가깝다면, 그 옆에 디저트가 놓이면 분위기가 따뜻해진다. 예쁜 디저트는 테이블에 안정감을 가져온다. 그래서 일부러 매번 다른 것을 시킨다. 작은 물방울이 맺힌 유리잔에 담긴 커피. 그 옆에 놓인 예쁜 접시 위의 작은 디저트. 조화롭다.



스콘과 쿠키도 좋지만 역시 디저트는 케이크다. 과일이 올라가고 크림이 얹어지면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다. 잘 구운 치즈케이크는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디저트를 먹으면서 맛으로 만족감을 느낀 적은 거의 없다. 디저트는 쟁반에 담겨서 내 앞에 놓였을 때가 가장 완벽하다. 그 잠깐의 행복이다.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선생님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부정적인 사고 방식을 메꾸기 위한 생존 본능이다.


삶은 겨울이라고 믿기에 봄이 좋다. 사람은 이기적이라고 믿기에 아이들이 좋다. 사는 것이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하니, 햇살이 좋고 웃음소리가 좋고 꽃 한 송이에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좀 친절하기 바란다. 타인에게 다정하게 말하기 바린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기를 바란다.




늦 겨울 어느날, 우산을 지팡이 삼아 걷던 할머니께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계셨다. 10초도 안 남았는데 절반도 못 간 할머니를 모시고 길을 건넜다. 중앙선에서 기다렸다가 가려했는데, 파란불인데도 달려오던 차들이 다 멈췄다. 건너편의 행인들은 할머니가 건널 수 있게 주위를 살폈다.


나는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디저트처럼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마음 속에 각인됐다.



나는 디저트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에게 디저트는, 먹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 내 남은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 중요하다는 믿음이고, 최선을 다 하자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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