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행복했다

by 김사과


문득 행복했다

그러자 무서워졌다


하늘까지 두둥실 떠올랐다가

구름이 손에 닿을 때쯤

발밑은 디딜 곳 없는 허공이었다


나는 뚝 떨어지는 망상에 사로잡히고

공포는 발끝에서 척추를 타고 흘렀다



행복이 저 위에 있다면

잡지 못하면

꽉 붙들지 못하면

무저갱으로 추락할 테니까

행복을 놓치면

빛의 속도로 절망할 테니까


향기로운 바람도

반짝이는 구름 한쪽도

눈부신 빛줄기 어느 것도

손에 잡힐 리가 있나


누가 그런 것을 손으로 잡을 수 있을까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은

길가에 핀 꽃이고

책상 위의 볼펜이고

책 한 권이고

커피가 담긴 투명한 유리컵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이겠지


문득 행복했다

그래서 무서워졌다


나는 잡히지 않는 먼 것을 잡으려 했나


별로 신기할 것 없이

그저 행복해야지


그건 바로 여기 있다

내 손을 놓지 않을 나

내 손을 잡아주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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