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추석 연휴 때 가려는 거야? 비행기도 호텔도 엄청 비쌀 텐데.”
10월 추석 기간에 여행을 가겠다고 하면 다들 그렇게 말했다. 그때는 너나 할 것 없이 해외여행을 가기 때문에, 다른 때 가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비쌀 거라는 충고였다. 차라리 남들 안 갈 때 주말 끼고 갔다 오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말이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추석 연휴에 여행을 가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었다. 그건 열흘이라는 긴 시간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첫 번째 해외여행이다. 게다가 혼자 여행이고, 자유여행이다. 결정장애가 심한 나는 INFJ고 지독한 집순이다.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불안형 인간이다. 나는 나를 믿지 않고, 타인도 믿지 않는다.
그래서 긴 시간이 필요했다. 실수해도 괜찮고, 나를 들여다볼 여유가 있는, 한가로운 시간이어야 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여행 준비의 모든 과정은 스트레스였다.
“나는 여행을 할 수 없는 인간이 아닐까?”
여권 사진을 찍어야 하고, 여권을 만들어야 하고, 어디를 갈지 얼마나 갈지 결정해야 했다. 혼자 갈지, 친구랑 갈지, 패키지로 갈지, 자유로 갈지…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모든 순간이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생애 한 번 정도 낯선 장소에 놓아두고 싶었다.
“발리 가요. 발리.”
“베트남 푸꾸옥 어때?”
“일본이 가깝고 편해요.”
“그냥 제주도 갔다 와.”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 쏟아졌다. 네이버 검색 몇 번에 알고리즘도 추천을 시작했다. 인생 여행 추천, 혼자 여행 추천,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갓성비 여행. 별의별 문구로 추천해 주는 장소 대부분 어쩐지 AI의 추천 같았다. 그때, 어떤 여행가의 말을 접했다.
여행의 목적이 힐링인가? 영감인가?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다. 며칠 동안 계속해서
‘힐링? 영감? 힐링? 영감?’
하며 묻고 또 물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싫어하는지,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지, 어떤 공간에 있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겁내는지 하나하나 확인해 가는 과정이었다.
우리가 사는 것은 결국 시간과 공간이다.
우리는 태어날 국가도 부모도 시대도 선택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뿐이다. 어떻게 사는 가는 ‘주어진 이 공간에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다.
아주 오랫동안 정해져 있었다. 추석 연휴는 제사를 지내거나 친척에게 인사하는 시간.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병원을 다니고, 요양원을 다니고, 요양병원을 다니는 시간이었다.
그날이 그날 같은 하루를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이 처음으로 주어졌다. 첫 번째 선택권 앞에서 나는 나를 위한 결정을 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처음으로 온전한 내가 된 기분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마주친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여행지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혼자 온 것을 후회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 덕분에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될 것 같다.
지금은 그저 낯선 나라에서 아주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싶다. 이젠 같이 볼 수 없는 사람을 추억하며 매직아워를 만난다면, 그것으로 첫 여행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