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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Jun 10. 2022

밤을 걷네


해를 머리 위에 이고

밤을 걷네

일렁이는 빛 너울

눈이 멀 것 같은 별

반딧불만도 빛나지 않네


어둠이 깊을수록 빛나니

빛은 한 줌이고

찬란한 것은 어둠일 밖에


눈부시거나

칠흑투성이

숨은 것투성이

보라는 것투성이라

길을 잃고야 말았네


눈이 부신 것의 바로 뒤

숨어있는 너를 보네

보이고 싶은 것의 바로 뒤

감추고 싶은 너를 보네


눈이 멀 것 같은 핀 조명 속에서

너는 마리오네트일 밖에

웃기 위해

마음은 필요 없네


거울 위를 걸으며

밤을 삼키네

목구멍에 콱 걸려

숨이 쉬어지지 않으니

깊이 찬 공기를 들이켜고

그 밤을 걷네

그 밤을 숨은 너에게 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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