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머리 위에 이고
밤을 걷네
일렁이는 빛 너울
눈이 멀 것 같은 별
반딧불만도 빛나지 않네
어둠이 깊을수록 빛나니
빛은 한 줌이고
찬란한 것은 어둠일 밖에
눈부시거나
칠흑투성이
숨은 것투성이
보라는 것투성이라
길을 잃고야 말았네
눈이 부신 것의 바로 뒤
숨어있는 너를 보네
보이고 싶은 것의 바로 뒤
감추고 싶은 너를 보네
눈이 멀 것 같은 핀 조명 속에서
너는 마리오네트일 밖에
웃기 위해
마음은 필요 없네
거울 위를 걸으며
밤을 삼키네
목구멍에 콱 걸려
숨이 쉬어지지 않으니
깊이 찬 공기를 들이켜고
그 밤을 걷네
그 밤을 숨은 너에게 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