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관한 짧은 생각
처음에는 어깨가 묵직하다가
점차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이 힘들어지더니
종국에는 손가락이 떨리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목디스크 판정을 받았습니다.
목 뒤쪽 뼈와 뼈 사이에
이름 모를 약물을 주입하기 수 차례.
차도가 없이 악화되는 증상은
저를 끝도 없이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목에서 뻗어 나와 쇄골을 지나는 신경에
셀 수조차 없이 뾰족한 바늘을 꽂았습니다.
아픔을 아픔으로 덮어버리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유일한 일상이었습니다.
결국 수술을 했고 오래도록 병상에 누워있었습니다.
밥을 먹고, 재활 치료를 받고, 그저 누워있다가 자고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알 수 없는
긴 시간의 터널을 건넜습니다.
피폐한 일상이었습니다.
퇴원을 한 뒤, 통원 치료를 받으며
매일 천변을 따라 걷기 운동을 했습니다.
새벽의 어스름을 뚫고
이슬을 안은 안개를 걷으며
상쾌한 강바람을 마주했습니다.
오후 3시의 따스한 햇살과
그로 인해 부서지듯 반짝이는 윤슬과 함께
걷고 또 걸었습니다.
등 뒤에 땀이 흥건 해질 때쯤
시원한 바람결을 따라 실려온 상쾌함을 만끽하다가
고요한 강물을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바람이 물 흐르는 반대방향으로 불고 있어
수면은 물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잔잔했지만
수중에서는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고
콧 잔등이 시큰해집니다.
의미 없어 보이는 하루가 쌓이는 것 같았지만
저는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스스로를 책망했지만
순간마다 자라나고 있었음을 자각합니다.
지금은 시원한 콜라 한 잔이 먹고 싶을 때
스스로 병뚜껑을 돌려 열 수 있습니다.
앉아서 글을 쓰는 일도 평범하게 해 냅니다.
잔잔했지만 그 속에서 치열하게
한 발짝씩 걸음을 옮겼더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습니다.
별 거 없어 보여도 우리는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