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가 좁아지면 속도 좁아진다.
아침마다 강아지 산책을 나간다.
산책길은 그날그날 강아지가 정한다.
강아지는 자신이 가고 싶은 대로
나를 이끄는 데
그러면 그 길이 그날의 산책길이 된다.
그날따라 강아지는 멀리 산책을 하고 싶어했고
우리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천변까지 나가게 되었다.
새로운 길을 좋아하는 강아지는
나를 처음 가는 길로 이끌었고
그곳에서 정말 멋진 풍경을 보게 되었다.
떠오르는 해가 비치는
반짝거리는 강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떼들
저 멀리 보이는
윤곽이 아름다운 산들
나는 그 풍경에 사로잡혔다.
어서 사진으로 남겨놔야지
핸드폰을 꺼내
사진과 영상을 찍기 수차례
몇 걸음마다 멈춰서서
사진을 찍어대니
강아지는
잘 걷다가도
우뚝 서는 나를
처음에는 힘으로 끌더니
점차 그 횟수가 반복되니
포기하고 나를 기다려주기까지 했다.
그러다
강 표면에 유유자적하게 떼지어
떠다니는 오리떼들이
각자 웃긴 소리로
끄엑꿰엑 우는데
아! 이건 영상으로 남겨놔야겠다 싶어
소리에 집중하면서
동영상 촬영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지나가면서
신발을
끼이익 께에엑 거리며
시끄럽게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중요한 순간에
누가 이렇게 훼방을 놓는거야!!!!
제발 신발 좀 제대로 신고
조용히 좀 걸어!!!!! 하며
카메라 속 화면에 눈을 떼지 못 하고
속으로 욕 한바가지를 했다.
동영상 촬영이 끝나고 난 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지나갔던거야??
하고 휙 뒤돌아서서 보니
걸음걸이가 불편하신 할아버지께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계신게
눈에 보였다.
???!!!!!!!
한쪽 다리가 불편하신 그 분은
신발을 끌며
천천히 걷고 계셨는데
아마도 회복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이리라
짐작되었다.
아.... 나 또 나만 생각하고
욕부터 질러버렸구나
별것도 아닌 영상 남긴답시고
주위에서 소리 좀 냈다고
있는 욕, 없는 욕 해가며
비난했던
방금 전의 내가 부끄러워졌다.
아이고 할아버지 죄송해요ㅠ
제가 경솔했네요
이렇듯 조금만 둘러보면,
조금만 상대방을 들여다보면
비난할 일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일임을
너무 잘 알면서도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욕부터 해버리는
나의 경솔함과 가벼움을 반성하면서
나만 생각하고,
내 것만 보지 말고
조금만 주위 상황과 사람들을 차분히 살펴보자
하고 생각하게 된
산책 시간이었다.
시야가 좁아지면 속도 좁아진다.
좁은 사람은 되지 말자
스스로에게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