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가 참 신기할 따름이다.
강아지가 요새 아주 잘 걷는다.
아침마다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데
30분이 넘어가면 안아달라고
제 자리에서 꿈쩍도 안 했던 아이가
요새는 한 시간 반씩
안아달라고 하지도 않고
아주 잘 걷는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지?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한 가지를 아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우리의 산책길은 강아지가 가고 싶은 대로
그날그날의 길이 정해졌다고
나는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30분이 넘어가면 은근히
집 쪽으로 돌아가는 방향으로
내가 강아지를 이끌었던 것이다.
그러면 강아지는 그 방향으로 가기 싫다고
나한테 항의하는 방안으로
제자리에서 꿈쩍하지 않는 행동을 보인 것이었는데
나는 그걸 오해하고
"오구오구 강아지 다리 아팠쪄???? 그래그래, 엄마가 안아줄게~~"
요러고 잘 못 해석했던 것이다.
더 환장할 일은
집에 돌아와
남편과 쁘나에게
"강아지가 산책하다가 지 다리 아프면 나보고 안아달라고 한다니까~
나도 힘들구만,
요녀석 좀 혼내줘!" 하며
애먼 강아지를 구박했던 것이다.
최근에는
그래, 네가 가고 싶은 대로 원없이 가봐라, 하고
어떤 길을 가도 냅뒀더니
나를 끌고
아주 신나게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새벽이어도 번화가 쪽은
환경미화원 분들이나 쓰레기차 청소원 분들이나
또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꽤 많다.
새벽에 도대체 어디를 그렇게 가시는지
매우 궁금하지만
여하튼 나는 사람들이 많고
시끄러운 길은
아침부터 가고 싶지 않은데
강아지가 이끌면
그냥 갔다.
강아지는 한 시간이 넘어가도,
한 시간 반이 넘어가도
아주 쌩쌩히 잘만 걸어다녔다.
힘들게 강아지를 안고 다녔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좀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강아지도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구나!!
자아가 있나보다, 싶다.
강아지가,
동물이 무슨 자아가 있어요? 하겠지만 말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냅두면
아주 에너지가 넘치는 게
사람이랑 똑같다.
요즘 루돌프 슈타이너의
요한복음 강의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중 인간의 진화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운데
원래 인간은 신과 직속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자신의 자아를 갖고 싶었던
소수의 현자들(그당시의)이 수행을 통해
신으로부터 벗어나
자아를 갖게 되었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신과의 연결고리가 다 끊어지고
모두가 다 자아를 갖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제는 다시 신과 연결되고 싶어서
수행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자아를 갖는다는 게
수행을 통해서만 가질 수 있는
아주 희귀하고 대단한 일이었던 과거에 비해
오늘날 우리는 자아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까지 신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이제는 신과 다시 연결되고 싶어서
비의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자아란 뭘까,
자유 의지란 뭘까,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
강아지의 이런 행동을 보니
너도 자아를 갖고 있니??!!! 싶었던 것이다.
세상사가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