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게 대한다는 건
4년 전 담임교사일 때 맡았던 아이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종종 연락을 주고 받았던 학부모여서 바로 전화를 해보았더니
아이가 1학기동안 교실에서 고립되어 지내왔고
2학기가 개학하면서부터 등교 거부를 하고 있다는 거였다.
그 아이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을 하였던 남학생(A)으로
차분하고 성실한 아이였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고지식하고,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완고한 부분이 있는 아이였다.
이야기인즉 3월 초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싸우고 난 후
A는 다른 친구들을 사귀지 못 하고 홀로 지내는 동안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무리를 형성해
은밀히 A를 괴롭혀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A 어머니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그 이후 여러 차례 통화를 하게 되었다.
사건은 현재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었지만
A 어머니는 A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에 대해
엄마로서 답답하다고,
남자아이가 이렇게 대범하지 못 하고,
예민해서 너무 힘들다고,
이런 일이 또 벌어지면 어떡하냐며 걱정을 놓지 못하였다.
엄마의 입장이 너무나 이해되었다.
거친 남학생들 사이에서
내성적이지만 완고한 성향을 가진 아이는 타협을 볼 줄 몰랐고
혼자 고립되어 외로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부모에게조차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알게 된 부모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실제로 A는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화 증상(힘든 마음이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까지 나타나서
부모님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확실히 있었다.
A의 가진 기질과 성격에 대해
답답하다고,
너는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혼자 소심하게 끙끙대지 말고 부모에게 말하라고,
부모 딴에는 아이를 올바르게 교정(?)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내 아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너는 잘 못 되었어!
너 그 성격 고쳐야해!
엄마, 아빠니까 말하는 거야, 너 그거 별로야! 고쳐!!!
부모가 자식을 부정하게 되면
자식은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는 첫번째 사람을 잃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자존감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내 부모가
나의 성격에 대해
타고난 내 성향에 대해 부정한다면
아이가 과연 건강하게 클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A와도 여러 차례 통화를 하였는데
A는 그 친구들과 자신은 성향이 맞지 않아
같이 놀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그저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가만히 내버려두기만 하면
자신은 즐겁게 학교생활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외향적인 A 어머니는 어떻게 교실에서
아무하고도 이야기하지 않고 지낼 수 있냐며,
그래도 화해를 해서
한, 두명 친구하고는 이야기를 하고 지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남자아이들이 좀 거칠게 놀 수도 있지,
A가 거칠게 노는 남자아이들 모습만 봐도 스트레스를 받아하는데
본인은 이해가 안 된다며
쟤네들은 저렇게 노네, 하고 그냥 넘기면 되지 않냐고
답답해하셨다.
A는 시각과 청각이 유독 예민한 아이여서
자신의 눈 앞에서 일어난 일과 소음에 무척 예민하였다.
그런데 그것을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치는 부분도 캐치해낼 정도로
시각적으로 예민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아이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자기 자식에 대해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비난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A 어머니에게 조금 생각해보셔야 할 일이라며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였다.
아이를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해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아이를 존중해주라고.
너는 왜 이렇게 예민하거야!!! 라고 하지말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놀아서 힘들었겠다,
그 소리가 엄청 거슬렸겠네,
소심하게 그러지 말고 좀 대범하게 해봐!! 라고 하지 말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느라 엄청 긴장됬지? 애썼네,
아이의 예민한 부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달라고 했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상사나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 그거 별로야!!! 고쳐!!!! 이러면
얼마나 기분 나쁘고
자존심이 상하는가.
아이도 똑같다.
특히나 중학교 시절은 질풍노도의 극단에 있는 시기가 아닌가.
자신의 정체감과 자존감을 형성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므로
부모의 스쳐지나가는 말에도 아이는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모든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를 귀하게 존중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