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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보딩과 웰컴키트 등을 기획, 준비하면서 느꼈던 사실은, '온보딩 프로그램'이 이미 자리 잡았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온보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고, 멋들어진 온보딩 프로그램과 웰컴키트를 함께 제공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기업들도 있다. 심지어 몇 유니콘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신규 입사자에게 개인 장비용 노트북, 무선 이어폰, 패드 등을 지급하면서 그 재력을 뽐내고 있다. 그만큼 신규 입사자의 적응과 회사 내부에서의 경험을 중요시하게 되었다는 반증이다.
이렇듯 신규 입사자를 어떻게 받고, 적응시키고, 환영하는지에 대한 것은 조직문화 관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관점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직원 개개인의 업무였던 것이 어느새 회사의 업무이자 미션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고, 아이캠퍼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먼저 유명한 대기업인 삼성전자를 살펴보자. 삼성전자에는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면 무조건 진행하는, 유서 깊은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신규 입사자의 부모님에게 꽃다발과 황금 명함, 그리고 경영진 일동의 축하 편지다.
이 환영 선물 세트는 신규 입사자의 부모님과 신규 입사자 본인에게 각각 한 세트씩 배달되는데, 삼성전자라는 이름이 주는 네임밸류와 꽃바구니, 황금 명함이라는 클래식한 선물 물품 덕분에 꽤나 유명해졌다. 특히 경영진이 보낸 축하 편지에는 '이렇게 자식을 잘 키워 삼성전자에 보내 주어 고맙다'라는 후킹 멘트가 적혀 있는데, 유교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이것만큼 자랑스러운 문구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삼성전자의 해당 선물세트는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 것은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이미지로 돌아다닐 만큼 유명해졌다.
그다음으로는 조직문화 잘하기로 소문난 토스가 있다. 토스는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조직 구성원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핵심 가치로 꼽는다. 그런 만큼 신규 입사자가 토스의 문화에 쉽게 융합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것에 신중한데, 바로 신규 입사자들에게 제공되는 한 통의 이메일이다.
토스에서 신규 입사자에게 주어지는 웰컴백을 수령하고 나면, 신규 입사자는 이메일을 한 통 받게 된다. 해당 이메일에는 입사 첫날 꼭 숙지해야 하는 30가지의 미션이 적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토스팀의 전략과 비전, 일하는 방식, 문화 등이 정리된 문서를 읽는 것이다. 그 외에도 토스는 조직문화를 전파하고 관리하는 '컬처 에반젤리스트(Culture Evangelist'라는 직무를 따로 마련함으로써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관리하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 컬처 에반젤리스트들은 약 3개월 간 신규 입사자들을 위한 온보딩을 진행하면서, 토스팀 리더와의 티타임, 메이트 제도(버디 제도와 비슷하다) 등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사례(삼성전자, 토스)를 볼 때, 의외로 신규 입사자의 적응에는 현업 지식이나 실무보다 다른 요소들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실무 관련 지식은 현업 부서가 인사보다 더 잘 케어한다.)
그렇다면 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회사의 소프트 파워다. 가볍게는 출근 시간, 퇴근 시간, 그리고 회사 내부 시설을 익숙하게 익히는 것부터, 더 나아가선 회사의 주된 프로덕트를 파악하고 그 안에 녹아 있는 기업 정신을 파악하는 것이 바로 그 일이다.
만약 이 작업이 제대로 안 되었다면, 회사가 어째서 이 프로덕트로 수익을 내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 프로덕트를 시장에 내놓을 생각을 했는지 전혀 파악이 불가능하다. 이러다 보면 위험성이 존재한다. 신규 입사자가 해당 내용을 잘못 이해할 경우, 아예 업무 방향성이 달라져 삽질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이캠퍼도 바로 그 점에 주목했다. 무인 온보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묶어 두고 강제로 해야 할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회사의 소프트 파워라는 것은 어쨌든 사람의 휴먼 터치가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아이캠퍼의 소프트 파워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그렇다고 다른 회사가 다 해주는 복지를 가지고 '우리만의 특별한 소프트 파워입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던 와중 같이 웰컴키트 콘텐츠 TF를 꾸리고 있던 디자이너님이 아이디어를 냈다. 아이캠퍼는 제조업이고, 회사의 프로덕트도 '루프탑 텐트'는 희귀한 것이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좀 더 강조해보자는 것이었다. 루프탑 텐트의 개발 비화나 사용법 등을 알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프로덕트를 만든 회사와 문화적인 부분에서 잘 융합될 것이라는 것이 그분의 의견이었다. 애초에 아이캠퍼는 프로덕트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었으니.
그렇다면 언제 그 문화적인 부분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 생각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다. 다들 조직문화나 신규 입사자를 챙길 짬이 없으니 최대한 무인으로 진행을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신규 입사자가 스스로 아이캠퍼 내 건물을 돌아다니면서 회사 내부의 분위기에 대해 알아가야만 했다.
가뜩이나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직장인들에게 '스스로 몸을 움직여서 돌아다니라'는 권고는 꽤나 귀찮은 것임이 틀림없다. 잘못 기획했다간 움직이기는커녕 그깟 온보딩 미션 안 하고 말겠다(...)며 포기할 위험이 컸다. 게다가 아이캠퍼의 서울 사옥은 한 층으로 넓은 것이 아니라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동선을 잘못 기획했다간 온보딩 프로그램이 아니라 계단 오르기 하체 운동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온보딩 미션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이어지고, 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가 중요했다.
특히 마지막 단계에서 자사의 주력 프로덕트 '스카이캠프'의 기초적인 설명과 사용법이 있는 동영상으로 연결시켜야 했는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영상으로 신규 입사자를 랜딩 시킬 방법도 찾아야 했다. 우리가 찾아낸 해법은 바로 QR코드였다. 아무리 스마트폰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이미 우리는 거리두기에 길들여진 몸 아니던가. 한국은 지나가던 강아지도 QR코드를 능숙하게 인식할 수 있는 나라였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설계했다.
장소 도착->장소에 붙어 있는 QR코드 발견-> QR코드 카메라 인식->노션 페이지(영상이 들어가있는)로 도착->영상 시청-> 마지막 단계로 도착
해당 단계까지 마치고 나면 신규 입사자는 회사의 모든 층과 부대시설을 돌아보았을 뿐만 아니라, 주력 프로덕트에 대한 설명도 어느 정도 듣게 된다. 여기서 해당 페이지를 인사 담당자에게 보여주고 웰컴 키트를 수령해가도 되지만, 사실 여기서 한 단계 숨은 절차가 또 있다. 바로 전사 메일이다.
전사 메일은 선택 사항이지만, 만약 보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쉽게 할 수 있도록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인데 노트북 앞에만 서면 머리가 백짓장이 되어 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미리 준비된 질문 세트를 가지고 답변하는 형식으로 가이드라인을 꾸려봤다. 거기에 플러스로, 아직 그룹웨어 사용이 어색할 신규 입사자를 위해 그룹웨어 사용법도 함께 넣어 놓았다.
웰컴키트 기획도 거의 막바지에 오다 보니 무언가 처음 기획보다는 훨씬 스케일이 커진 느낌이었다. 물론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다 보니 당연히 생기는 일이지만, 신규 입사자의 첫 출근날 프로그램까지 전부 기획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 다음 편이 마지막일 것 같은데, 다음 편에서는 정말 웰컴키트만 포커스를 맞춰서 웰컴키트 내 구성품과 신규 입사자를 환영하는 환영인사, 브랜드 메시지 등을 소개하겠다.
제발 5편에서 끝나게 해 주세요...
아이캠퍼는 이런 회사입니다 : https://ikamper.oopy.io/
아이캠퍼는 현재 전 직종 채용 중 : https://www.saramin.co.kr/zf_user/jobs/view?rec_idx=43514150&view_type=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