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주사 대신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2개월 만에 10kg을 감량하고 1년을 유지한 비결

by 구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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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주사, 그리고 운동화 끈


요즘 점심시간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위고비, 마운자로.


‘꿈의 비만 치료제’라고 불리는 이 약들은 특히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가장 좋은 모습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약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이다.


실제로 체중 감량 효과도 분명하다.

다만 주변에서 지켜본 바로는, 약을 중단한 뒤 체중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내 주변의 작은 사례만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체중 감량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빼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뜻밖의 질문


어느 날 동료 한 분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르미님, 요즘 볼 때마다 살이 더 빠지시는 것 같은데… 혹시 위고비 하세요?”


나는 웃으며 답했다.

“아뇨. 그냥 운동이 재밌어져서요.”


사실이었다.

억지로 살을 빼기 위해 나를 몰아붙인 적은 없었다.


대략 10kg 정도를 감량하는 데 두 달 정도가 걸렸고, 그 체중을 지금까지 1년 반 넘게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체지방률도 10% 초중반 정도로 내려갔고, 자연스럽게 ‘러너’라는 정체성이 생겼다.


돌이켜 보면 그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어쩌다 시작한 필라테스, 그리고 러닝


계기는 반쯤 강제였다.


40대에 접어들며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 ‘비만’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회사 보건팀의 권유로 회사 헬스장에서 운영하는 필라테스 수업을 듣게 되었다.


말이 필라테스지, 뻣뻣한 중년 남성들이 모여 끙끙대는 수업이었다.

수업 내내 여기저기서 작은 비명이 들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수업이 끝나면 몸이 가벼워졌다.


그 개운함이 아까워 바로 샤워장으로 가지 않고 러닝머신에 올라갔다.

30대 이후로는 거의 쳐다보지도 않던 운동이었다.


처음에는 3km도 버거웠다.

그래도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다음 수업 날에는 5km를 천천히 뛰었다.

신기했다. 학창 시절에도 트랙을 돌면 2km 연속으로 뛰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가능했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멀리 달리는 것보다 빠르게 달리는 것에 집착했던 것 같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무리하게 달리다 보니 오래 달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천천히 달리니 느낌이 달랐다.


호흡이 안정되고,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달리기가 마치 명상처럼 느껴졌고,

회사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나는 살기 위해 달리기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었던 다섯 가지 습관


러닝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몇 가지 습관이 생겼다.

지금 돌아보면 이것들이 체중 감량에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1. 운동 후 간단한 저녁


운동이 끝나면 저녁 7시쯤이었다. 남은 일이 있어서 밥을 먹긴 해야 하는데,

7시면 식당 운영은 끝나고, 남아있는 것은 테익아웃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뿐이었다.

그것도 샌드위치나 도시락은 다 나가고, 無맛인 포케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포케를 골라 간단히 먹고 일을 계속했다.

다행히 운동 직후에는 오히려 식욕이 크게 올라오지 않았고, 이 식사로도 충분히 포만감이 유지됐다.


그렇게 며칠을 이어서 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운동하는 날마다 체중이 조금씩 줄었다.


2. 사무실 간식 끊기


회사 캐비닛에는 부서 회의비로 사둔 과자가 늘 채워져 있었다.

일하다가 집중이 안될 때, 입이 심심할 때, 살짝 출출할 때면 참새 방앗간처럼 캐비닛에 들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는 몽쉘과 초코 다이제!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하나씩 집어 먹곤 했다.

왠지 안 먹으면 내게 할당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듯한 그런 생각도 있긴 했다.


그런데, 러닝을 시작하면서 그 습관을 한번 끊어보기로 했다.

달리다 보니 무릎이 뻐근했었는데, 찾아보니 체중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글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안고 자던 애착 인형을 뺐는 것 같은 상실감이 왔고,

주변에 먹는 동료들을 보고 흔들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하루 이틀 안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동료들이 더 맛있게 먹고, 더 칼로리를 채우길 바라며.. 안녕.. 몽쉘과 다이제..


3. 달달한 음료 줄이기


과자가 점심 및 저녁 식사 시간 전에 나를 행복하게 해 주던 친구였다면,

달달한 바닐라 라떼는 점심 식사 후 당을 충전해 주던 세련된 친구였다.


짭짤하고 매콤한 점심 이후, 달콤하면서 쌉쌀한 바닐라 라떼는 오후를 일하게 할 힘을 주는 약이었다.

하지만 내 머리를 가볍게 해 주던 그 친구의 칼로리는 그다지 가볍지 않았다.


정말 아쉽긴 했지만, 첫 하프를 준비하면서 몸무게 목표를 정하고 나서

평일 점심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바뀌었다.


처음은 좀 아쉽긴 했고, 약간 자아의 혼란이 오긴 했다.

'내가 운동선수도 아니고 이렇게 까지 해야 해?'


불행한 일이긴 했지만, 마침 부서 예산도 조정되면서 커피 주문 상한도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달달한 커피와도 안녕했다.


4. 1.1리터 텀블러


야외에서 달리면 불어오는 바람에 땀이 식으면서 그래도 땀이 좀 적게 나는데,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으로 4~50분가량 달리면 땀이 정말 많이 난다.

운동복 상의도 다 젓고 그 땀이 바지까지 흘러서 바지에서도 땀이 떨어진다.


그렇게 땀을 흘리면 수분을 보충해줘야 하는데,


문제는 뛰고 난 다음에는 물이 잘 안 먹히고,

물 마시는 게 습관이 되지 않아서 평소에도 물을 잘 안 먹었다.

음료 정도는 마시지만 물은 왠지 안 땡겼었다.


수분 보충을 잘해줘야 근육 부상도 줄이고, 몸의 균형도 맞출 수 있다는 말이 많아서,

어떻게 하면 물을 많이 마실 수 있을까 고민해 봤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1.1리터짜리 대용량 텀블러.

요즘은 참 텀블러가 예쁘게 나와서, 예전 같으면 1.1 리터면 믹스커피를 가득 채워서 산에 가져가야 할 것 같은 비주얼이겠지만, 요즘은 손잡이도 달리고 예쁘다.


아침에 출근하면 텀블러에 시원한 물을 가득 채우고, 뚜껑을 닫고 빨대를 꽂는다.

보냉 능력을 강조하는 브랜드답게 얼음 하나 넣지 않았지만 퇴근 때까지 시원함이 유지된다.

그리고 빨대를 꽂아서 먹으면, 물이 얼마큼 남았는지가 보이지 않아 물의 약에 주눅 들지 않아 좋다.

부가적으로 다 마셨을 때 들리는 그 소리는 묘한 성취감 마저 느끼게 해 준다.


하루 1.1리터 마시기를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났는데 눈에 띄는 변화는,

얼굴에 트러블이 확연히 줄었고,

위장 장애가 많이 개선되어 기분 좋은 허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전에는 위축성 위염 때문에 위가 더부룩한 경우가 많았다.)

반강제로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어 일과 중 의무적으로 일어나는 빈도가 늘어 움직임이 더 늘었다.


5. 꾸준히 달리는 루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었다.

처음에는 저녁에 달렸지만 약속이 생기면 자주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아예 점심시간에 달리기로 바꿨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대신 규칙적으로 달릴 수 있었다.


부상을 피하는 것도 중요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함께 했다.

덕분에 지금은 일주일에 네 번 이상, 한 달에 약 150km 정도를 달린다.


주사보다 오래가는 것


비만 치료제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러닝이 더 잘 맞는 방법이었다.


달리기를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었다.

몸의 변화뿐 아니라 생활 방식 자체가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 나의 목표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가볍게,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 달리는 것.


운동화를 고쳐 신는 이 작은 루틴이

생각보다 오래 나를 바꾸고 있다.


살을 빼고 싶다면?

꾸준히 하고 싶은 루틴을 찾아보자.

그 루틴이 당신을 기분 좋게 감량에 이르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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