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미영 팀장입니다.

by 구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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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평소처럼 엄마 밥을 차려드렸다. 지난겨울 빙판에서 넘어진 후로는 더 움직이기 어려워지셔서 이젠 내가 밥을 차려드려야 그나마 식사가 가능하셨다. 원래는 이 정도는 아녔는데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니 이젠 3단 도너츠가 따로 없다. 저번에 도너츠 여사라고 놀렸다가 크게 삐진 후 그 별명을 못 쓰는 게 아쉽지만, 그러나 저러나 얼른 고관절이 나아서 잘 걸었으면 좋겠다.


'노인네가 건강이나 하지. 왜 그렇게 아프고 그래. 나도 내 몸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다고.'


그렇게 혼잣말로 푸념을 하고, 저녁 드시는 걸 보고 설거지까지 한 후 잠시 내 방에 들어가서 컴퓨터로 피망 맞고를 하다 보니 아까 그 생각이 났다. 과연 전화가 올까? 안 오겠지? 나도 참 무슨 용기가 나서 그런 일을 했을까? 이번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이 이야기하면 엄청 웃겠지?


이번 주말은 내 생일 기념으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나마 사람 만날 일이 없는데 이 친구들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수, 목, 금은 그냥 집에서 시체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야지. 아, 엄마 밥은 차려줘야 하는구나. 언니나 오빠는 다들 결혼해서 각자 살기 바빠 명절 때가 아니면 오질 않는다. 나마저도 신경 안 쓰면 저 노인네 누가 돌봐주겠어.


그렇게 한숨을 쉬며 모든 기운을 빼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요즘 들어 스팸 여왕 김미영 팀장의 전화가 유독 많이 와서 또 스팸이겠거니 했다. 나에게 전화할 사람이 엄마 말고는 없으니까. 친구들도 술 먹고 새벽에나 전화하지 제정신일 때는 전화를 안 한다. 플립을 열고 귀찮지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네, "


기계음이 아니다. 누구지?


"저, 아까.. 지하철에서 만났던 사람인데요."

"네?"


헉.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혹시 아까 영어?"

"네, 맞아요. 생각해 봤는데 한번 해보고 싶어서요."

"아, 진짜요? 와. 정말 감사해요. 언제부터 할까요?"

"전 평일은 어렵고 주말에만 가능해요."

"그럼 이번 주 토요일 2시 어떠세요?"

"네, 좋아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네, 응암역 4번 출구로 오시면 제가 거기서 기다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때 뵐게요!"


헐...... 진짜 전화가 왔네. 저 사람 뭐지? 왜 전화했지? 과외를 한다고? 아, 내가 해달라고 했지. 근데 왜..?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와서 미친년처럼 한참 웃었다.

안방에 있던 엄마가 물었다.


"은영아, 무슨 일이야? 누구한테 전화 온 거니?"

"아, 엄마. 김미영 팀장. 오늘은 레퍼토리가 신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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