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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Nov 13. 2021

돼지국밥 혼밥녀

- 야 너두?

 찬 바람이 제법 매서워졌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2시 경 아이를 심리 센터에 내려다 주고 1층에 있는 돼지국밥 집으로 들어간다. 나와 거의 동시에 들어온 손님이 화장실로 들어가자 동행이냐고 묻는다. 아니요,라고 대답함과 동시에  "1인 2상!" 후다닥 반찬이 놓여진다. 우리는 모두 줄줄이 혼밥 손님이다. 나는 아무도 없는 앞을 보고 뒷 사람은 내 뒤통수를 보며 밥을 먹는다.


 

 사실 난 국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국밥뿐 아니라 섞어먹는 비빔밥과 한 접시에 몽땅 덜어오는 뷔페도 별로다. 하나하나 제대로 음식 맛을 보고 싶은데 우르르 몰아 넣어 이맛인지 저 맛인지 혼란스러워 특별한 일 아니고선 먹지 않는 메뉴들이다. 예쁜 모양이 무너지는 게 싫어 카레라이스도 비벼 먹지 않고 한 숟가락씩만 덜어 먹는 특이한 성향을 남편은 유난스럽다며 까탈스런 내 성격과 꼭 닮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주어진 시간은 40분, 편의점 하나 없는 곳에서 급한대로 배를 채우자면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하필이면 돼지국밥이라니... 마뜩잖아하며 들어간 지가 벌써 6개월째이다.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뜨끈한 김과 함께 돼지국밥 사발이 놓인다. 매번 따로국밥만 시켰던 날 기억하시곤 사장님은 밥을 말지 않으신다. 아침 점심을 모두 거른 2시경은 말 그대로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는 기분이다. 새우젓, 부추를 잔뜩 넣고 휘휘 섞은 뒤 국물부터 입에 넣었다. 돼지국밥 특유의 찐득함이 입술에 붙는다. 머리까지 질끈 묶고 후루룩 열심히 먹고 있는데 뒤에 있던 혼밥 손님은 벌써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다. 나도 질세라 속도를 붙이고 일어났다.


 아들이 수업을 마칠 시간이 되었다. 나 또한 10여 분간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해 교실 밖에 앉아 차례를 기다린다. 문득 고개를 돌려 옆을 보는데 나와 혼밥을 하던 분이 교실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마 아이 수업 중간 짬을 내어 식사를 하는 나와 비슷한 처지인 듯하다. 6개월간 흔히 있었던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 아들의 센터 수업을 두고 심각하지도 않은 일에 괜한 돈을 쓴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늦될 수 있으며 공부가 인생의 전부도 아니라며 시댁에서도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성적을 떠나 모든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만큼은 기본적으로 가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주관이었다.   


 6개월의 시간 동안 다행히 아들에게는 실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 속으로 낳은 내 자식을 알아가는 것이 참으로 어렵고 큰 공부임을 나 또한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돼지국밥이 나의 늦은 점심이 될지는 모른다. 그래도 우리 집 둘째가 달팽이계의 우사인 볼트가 되길 바라며 나는 기꺼이 돼지국밥을 맞이하겠다. 단, 따로국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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