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특별해지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by sthyoonique

서울의 지하철, 하루에도 수백만의 사람들을 원하는 곳으로 운반해주는 지하철은 그저 잠자코 달린다. 지하철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솔선수범한 모범생이 아닐까 싶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앞뒤로 달리는 친구와 싸우지도 않고 늘 일정한 속도, 한결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하철의 완만한 성격 덕에 1974년 첫째가 태어난 이래, 차례로 태어난 형제들은 한 번도 싸우거나 만나서 치고 박는 경우가 없었다. 이들의 소식은 유명세를 타 화목한 빛의 도시 그 아래로 현재는 총 10개의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출발역과 종착역. 모든 이동수단의 기본이다. 이동수단의 세계에서 ‘시작이 반이다’와 같은 솔깃한 말은 통하지 않는다. 출발역부터 종착역까지 모두 2분의 간격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운행이 이루어진다. 기점과 종점. 어디에나 있는 말이다. 진부하지만 모든 현상을 인간 세계에 대입할 수 있다. 모두 태어나고 죽으니까. 자연은 어떤가, 모든 꽃과 열매는 피고 진다. 세상의 수많은 이치를 헌법처럼 기본적인 것부터 차례로 제정했다면 아마도 이 이야기는 가장 앞 페이지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4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존하는 데 성공한 바퀴벌레는 지금 몇 번째 역을 지나고 있을까. 우리는 감히 가늠할 수 없다. 한 왕조의 흥망성쇠, 더 이전에 한 문명의 번성과 쇠퇴, 그 이전에 한 행성의 생성과 소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어떤가. 지구의 신비와 그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는 수십만 편에 달한다. 지구는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가? 과학적인 접근일 수도 있고, 철학적인 접근일 수도 있는 이 물음은 수백 년간 학자들에 의해 재조명되어왔다. 오랜 시간 동안 지구를 주제로 이루어진 연구는 천문학적 페이지에 달하며, 고로 지구의 비밀은 대부분 밝혀진 듯했다.

그리고 여기, 한 소년이 있다. 그는 지구인으로 태어나 순수한 영혼을 가졌다. 학문에 있어서도 그랬다.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사물을 바라볼 때 늘 순수하고 원초적인 접근을 했다. 그러나 그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진로에 대해 묻기 시작하고 친구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때, 그는 이 모든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그랬다. 그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고 그렇게 어느덧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성인이 되고 가장 친한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그는 억울하다며 하소연했다.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을까, 나의 인생은 그저 따분한 이야기의 일부로 흘러가는 것인가. 친구는 그저 다음 잔을 권할 뿐이었다. 소년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끓임 없이 고민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다시 꽃이 피는 계절, 그는 마침내 긴 물음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답을 얻은 소년은 가장 먼저 있는 척을 했다. 사람 많은 곳에 혼자 갈 때면 만날 사람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고, 무서운 골목을 지날 때면 누군가 뒤를 봐주는 것처럼 행동했으며,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뽐냈고, 이는 그를 분명 뭔가 있는 사나이로 불리도록 했다. 모든 과정은 아주 빠르게 이루어졌다.

“걔는 뭔가 있어, 이상하지만 특별해, 걔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작년 이맘때면 믿기 힘들었을 말들이 귀에 들려왔다. 짧은 시간, 소년은 특별해졌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는 소년이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리플리 증후군이란 현실을 부정하며 스스로 지어낸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정신적 상태에 대한 신조어로, 미국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가 지은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 1955)에서 따온 말이다; 글쓴이)에 걸린 것이 확실하다고 소리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년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사람들의 인식과 그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는 그가 행하는 모든 일에 아주 쉽게 의미가 부여되도록 했다. 사소한 일들까지도 그랬다.

이제 그는 다시 이전처럼 행동했다. 평범한 인간의 평범한 일상, 이를테면 매주 한 권의 책을 읽었고, 사람 없는 시간에 맞춰 밤 산책을 나갔으며, 주말이면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다. 그의 행동은 지극히 평범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번 바뀐 그에 대한 평가는 다시 바뀌지 않았다. 오오, 어린 나이에 그는 세계의 비밀을 깨달은 것이었다. 말 그대로, 그는 무언가 비밀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고, 이는 주위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비밀 있는 사람, 그가 분명 그렇게 불린 것은 아니었다. 흥미로운 사람, 말로 형용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있는 사람. 그는 그렇게 불렸다. 그렇다. 그는 아우라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의 아우라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의 쨍쨍한 자연광과도 같아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이제 그는 원래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여기서 그에 대한 한 가지 비밀을 더 이야기하자면, 그는 항상 생각했다. 나의 아우라는 짧은 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는 투명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이제 그 투명도만 높인 것뿐이라고.

선명해진 아우라 덕에 그는 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역시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위대해졌고, 위대한 삶을 살았다. 그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2021년 봄, 모든 것이 불확실하던 때 나에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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