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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봄 Nov 30. 2021

01. 예민한 선인장처럼.

예상하지 못한 일들.


01. 아직도 예민한 선인장처럼.

01. 예민한 선인장처럼.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일들.


글 그린봄



초등학교 4학년때쯤, 특별활동시간에 화분을 그리는 미술시간이 있었다. 나는 화분에 심어진 이름 모를 화초를 그렸는데, 지도해 주시던 선생님께서 정말 식물의 잎을 잘 그린다면서 내게 진심 어린 칭찬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칭찬 덕분에 나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 후 나는 대학에서 그림 공부를 했고, 졸업 후에는 시각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나의 전공과는 다르게 결혼 후에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가 되었다. 대학에서 배웠던 공부들보다는 밥하는 일, 청소하는 일이 주 전공이 되어야만 했다. 특히 아이를 낳고부터는 나의 인생에서의 첫 번째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매일 이어졌다. 아이 키우는 일이라면 모든 것들이 처음이었던 초보 엄마였기 때문이었다. 어린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재우는 일부터 간단한 일도 쉽지 않았다. 나의 꿈은 어느 구석 서랍 속에 잠시 접어놓고, 그렇게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전까지는 긴 시간동안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고 중요한 일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계획에도 없던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그 당시에 우리 가족은 한적한 동네의 작은 빌라에서 전세로 살았던 때였다. 그때만 해도 작은 집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숲이 가까운 곳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보내왔기 때문에 그런 곳이 좋았다. 하지만, 집주인의 갑작스러운 계약 변경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가족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았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도 없이 예상하지 못했던 지금의 낡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여기 아파트는 베란다 쪽이 조금 더 넓게 지어진 집이에요."


부동산 사장님께서 우리 가족에게 추천하 던 곳이었다. 그 당시에는 집을 고르고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 많은 곳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우리 가족은 추천한 곳으로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아파트는 지어진 지 오래된 곳이었지만, 두 아이와 함께 살기에는 적당했다. 그리고, 이곳은 소개해 주신 분 말씀처럼 다른 곳보다 베란다가 넓은 편이었다. 확장에서 넓게 고쳐서 사용해도 좋지만, 그래도 분리된 공간이 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나는 처음 베란다를 바라보면서 이불빨래라도 널어놓으면 뽀송뽀송하게 금방 마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아파트에서도 제일 꼭대기층으로 이사하게 된 일, 나의 두 번째 일들은 이 곳에서 시작될 줄은 그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파트 꼭대기층에서는 겨울에도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것이  좋았다. 비록  밖으로는 다른 건너편의 건물로 둘러 쌓인 풍경들 뿐이었지만 말이다.  곳으로 이사  나는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나서는, 틈틈히 일을 하면서  몇년동안은 하루를 정신없이 보냈었다. 그러다 원인모를 어지러움과 장염으로 나의 몸과 마음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모든 일을 그만두었다.

그때가, 6 전이었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키우고나면서 내가   있는 일을 다시 찾기란 쉽지않았다.


 겨울의 어떤 , 나는   베란다만 바라보다가 선인장처럼 가시 돋친 차가운 손을 바라보았다. 근데, 나는 이제  하면 좋을까.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좋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나는 마음 한쪽으로는 싸늘한 허전함이 있었다.

어디 갈 곳도 없었고 불러주던 곳도 없던. 그때 나는 사는 하루하루가 우울했던 날들이었지만,


넓은 베란다에 들어오는 겨울 햇살이 유난히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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