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그 겨울,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글 그린 봄
아직 봄이 오지 않았지만, 무작정 나는 화원으로 갔다. 집에서는 오래 키워본 적도 관심을 쏟아 본 적도 없던,
식물이라니!
나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왔지만, 집에서 식물을 키워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게다가 이사 오기 전에도 집에서 키우던 식물 몇몇은 있었지만 무관심 탓으로 오래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또 그때 만해도 아이들을 키우고 돌보는 시간으로도 매우 벅찬 하루들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정말 우연히였다. 아무것도 없던 겨울의 베란다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작은 식물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을 했던 같았다. 사실 그때만 해도 가까운 화원이라고는 차를 타고 20분은 가야 하만 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을 학교를 보내고 혼자 시간이 생겼던 날에 나는 누가 이끄듯이 그곳으로 갔다. 지금처럼 다양한 식물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식물을 둘러보는 동안 기분이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나는 화원에서 이리저리 식물들을 둘러보다가 한 시간 정도를 3천 원짜리 작은 화분을 고르는데 썼다. 그중에서도 고민을 하고, 고르고 골랐던. 그렇게 내가 고른 식물은 “율마”였다.
사실 화원에는 다양한 예쁜 꽃들이 많았지만 보기만 했었다. 식물을 잘 몰랐던 그때에는 꽃 화분은 분명 집에 데리고 시들어 버릴까 봐 키우기가 더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율마는 꽃이 피고 시들어가는 고민을 안 해도 되었고 늘 초록한 잎이 참 마음에 들었다. 또 연약한 잎의 식물들보다는 조금 더 듬직해 보이는 화분 중 하나였였기에 왠지 우리 집에서는 잘 자라줄 것 만 같은 생각도 들었다. 나는 처음 작은 율마를 아기를 안고 다니듯 꼭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율마를 바라고 보고 있으면- 나의 어렸을 때의 좋았던 시간들, 늦여름 바람과 햇살에 반짝이던 수많은 나뭇가지들의 - 빛나는 잎들이 생각나곤 했다. 어쩌면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이 식물을 가까이 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율마” 의 빛나는 연둣빛은 가시 돋았던 나의 손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 만 같았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는 작은 화분을 보면서 집에 돌아와 나는 내가 골라온 식물의 사진을 여러 장 담아보았다. 하루하루 율마에게 물을 주면서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잎을 바라보는 것 그런 것이 나에게는 소소한 재미와 기쁨이 되었다.
그 후, 작은 동네 꽃집이라도 지나치게 되면 식물들을 구경했고, 작은 화분들도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다. 어쩌면 그 작은 식물들 덕분에 조금 마음의 여유란 것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식물은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도 충분히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조금 더 특징이 있고 멋진 화분까지 구매하면 비싸지지만, 작은 화분 하나 구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작은 식물 화분 하나씩 키우는 일이 좋아졌다. 어떤 희망도 없었던, 무기력하게 있던 나에게 매일 아침 작은 율마의 상태를 확인해보는 일이 늘 일이 되었던 것이다. 조금은 신경 써주는 일이 귀찮은 날들도 있지만, 그래도 햇살 가득한 날에 베란다에 앉아 작은 식물들을 돌보는 일은 나의 작고 소중한 취미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집에서 식물을 키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