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에 자라는 식물 성장 기록들
글 그린봄
그동안 나는 식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길가의 작은 식물도 그저 당연한 일이었고 봄이 되면 흔하게 피던 들꽃을 보는 일도 그 흔한 일상적인 일들이라고만 생각했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리라고는 몇년전만 하더라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어느날 부턴가 식물을 하나씩 데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식물들에게 제일 먼저 물을 주고 있다. 그렇게 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가꾸기 시작하고, 그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 바라보면서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특히 작은 화분에서 흙을 뚫고 자라고 있는 작은 새싹을 보고 있으면, 내가 주어진 삶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 보기도 했다.
식물을 키우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들이다.
어쩌다 베란다에서 한창 식물들을 돌보고 있을 때면 아이들은 베란다 안쪽으로 나를 찾아오며 말했다.
“엄마, 엄마는 나보다 식물이 더 좋아?”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다가 온 아이 얼굴을 보며 웃음이 났던 생각이 난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5년 전부터 두 아이들을 키우며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게 되었다. 돌아보면 그 시간 동안은 아이들보다 식물들에게 더 다정한 엄마였을지도 모른다. 한동안 그렇게 나는 정말 식물 키우기에 열심히였다.
처음에는 아파트에서 식물 키우는 일들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작은 화분에 키워지는, ‘식물은 물만 주면 알아서 잘 커주겠지.’ 라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물 중에서도 생각보다 예민한 식물도 있고, 어떤 식물은 물을 잘 챙겨주었다고 생각해도 시들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식물을 키우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예상과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하게 했다. 그런 일들이 나에겐 식물을 더욱 관심을 갖게 했고, 식물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식물을 키우는 시간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서 다시 식물을 키우는 일은 또 다른 일상의 발견 중 하나의 일이기도 하기도 때문이다. 나는 그런 경험과 생각을 블로그에 기록하고 일기처럼 글쓰기 시작했다. 식물에 물을 주고, 시든 잎을 정리해 주는 일, 뿌리가 가득한 식물의 화분 분갈이를 직접 해보는 일. 또는 작은 베란다 텃밭을 만들어보는 일도 기록하고 공유한 덕분에 혼자의 일상을 즐기던 나에게 식물을 키우는 많은 이웃분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일상들이지만 소소한 기쁨을 가까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던 것도 모두 식물 덕분이었다.
식물은 어떤 공간에서도 환경에 적응하려는 힘이 있다. 식물은 너무나 연약한 존재라고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꽃이 피고 시드는 과정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꽃대가 올라오고 한창 밝게 피어나는 꽃들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작은 화분 안에서 쉼 없이 뿌리를 내리고 있을 식물들의 생명력에 놀라기도 한다. 이렇게 식물을 키우다 보면, 누군가에는 알지 못할 나만의 긴 괴로움과 힘든 일들을 누군가와 나눌 때 보다 말없이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더 위로받는 일들이 되기도 했다. 어쩌면 식물을 키우는 동안은 나의 외로움과 지루함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취미였는지도 모른다.
나의 작은 공간에서 키워지는 조그마한 화분에서 태어나는 초록 새싹들은 나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나의 그러한 이야기들의 조각들을 모아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고, 그 식물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들은 나를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식물을 키우며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는 일상이 되었다.
식물은 내 안에 작은 기적은 만들어 준 것 과 같았다. 누군가에게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나를 온전히 바라보고 무언가를 키울 수 있는 작은 시간이 생긴다면 좋겠다. 잠시의 여유 과 식물의 작은 새싹과 꽃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때보다 더 지금의 일상에 행복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식물에게 물을 주고, 다정하게 식물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식물들을 하나씩 바라보면서 식물에 대한 성장 기록을 남기는 것은 내가 그동안 키워온 식물에 대한 관심과 나에 대한 성장을 시간을 만드는 일이 되었다.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만이 아닌, 식물을 바라보면서 나의 작은 성장도 함께 커 가는 것과 같다.
누군가에게는 이 이야기들이 또 다른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들을 읽는 그 누군가들에게도 그 어디든 자신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기를 진심으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