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또넛 Jul 18. 2023

설렘과 사랑은 '같은 자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랑하고 싶다.

ㅣ 최근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을 보고 왔다. 


불과 물의 사랑을 그려낸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사랑 그리고 본인의 의사의 중요성이 주된 주제인 것 같다.

스스로 행복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에 대한 글을 주제로는 적어본 적 있으니 이번에는 사랑에 관하여 몇 글자 적어보려고 한다. 엘리멘탈의 장면 몇 가지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영화 엘리멘탈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극 중 여자 주인공인 불 원소 인간 '엠버'의 거주지부터 운 띄워 시작해 보자. 주 도시인 엘리멘탈 시티는 주로 물과 구름, 나무들로 이뤄져 있어 불 원소는 살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조금은 벗어난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고 물 원소 인간 남자주인공 '웨이드'는 엘리멘탈 시티에서 살고 있다. '엠버'는 평생 자라면서 엘리멘탈 시티를 멀리 했었으나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도, 물을 만지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살짝 만져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랑은 무엇이길래 가끔 사람을 대단하게 만든다. 

그동안 안 하던 혹은 안 했던 것들을 갑자기 도전해보고 싶어지고, 겪어보지 못한 것을 겪어보게 한다. 기분 나쁜 일들을 겪더라도 코팅된 유리창을 자동차가 와이퍼가 손쉽게 털어내듯 가볍게 마음에서 지워내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그동안은 미루고 미뤄왔던 운동을 등록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생각에서 빠르게 털어내는 스트레스 탄력성이 좋아졌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하는 것 외에 평범한 일상을 조금 특별한 맛이 나게 해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들론 평상시에 지내온 일상의 모든 장면들을 예쁘게 보기 시작한다. 몽글몽글해진 기분은 걸어 다닐 때 내 신발에 구름이라도 붙여준 듯 산뜻하게 걷게 해 준다던지. 플레이리스트에  기분을 색깔로 표현하게 되면 분홍색, 파스텔 색의 것들로 생각되는 노래들이 가득 찬다.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그저 예쁘게 들어온다. 로맨스 장면에서 자주 나오는 클리셰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위 말하는 '최애' 장면은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 (해당 행위를 하는 사람은 특별히 꾸며낸 것이 아닌 보통 자신의 습관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데) 짝사랑 대상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다 눈이 마주치면 안 보고 있었던 것처럼 딴청 하는 장면. 내가 괜히 들킨 것 같이 손가락 발가락이 간질간질하며 기분이 좋다.


  '웨이드'의 대사 중 안 되는 이유가 백만가지지만 되는 이유가 하나가 있는데 그건 널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때가 있다. 고작 내 편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인데 어쩐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들기도, 갑자기 세상의 중심이 바뀐 것 같기도 하고 마음 한가득 들떠있다. 그다음 날 소풍을 가기로 한 초등학생처럼 말이다.


 이성적인 사랑을 제외하고 엘리멘탈은 가족의 사랑도 다루고 있다. 부모님의 끝없는 사랑 그리고 희생 같은 것들 말이다.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딸의 마음, 살아가기 힘든 고향보다 낯설더라도 좋은 환경을 갖춰주게 하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 이 모든 것이 사랑 아니던가. 가족은 나의 어렸을 적부터 가까운 존재이고 필연적 인연이라 가끔은 소중함을 잃고 산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여자 주인공의 부모님이 연로해 가는 모습을 보며 나의 부모님이 자연스럽게 연상됐다. 성인 그리고 사회인이 되면서 직장동료, 친구들, 애인을 만나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져 몰랐는 데 어느샌가 흰머리가 더 많아지셨고, 주름이 조금은 깊어지셨더라. 나중에 이 시간을 조금 더 부모님과 가족과 보낼 걸 하지 말기로 했다. 지인들과 약속을 잡듯 나 혼자라도 가족들과 이때 시간을 보내야지 캘린더에 적어보기로 했다. 


 엘리멘탈에서 나오는 불의 속성 단어 중 하나인 '디숔'은 기억하기론 불꽃은 영원하지 않으니 그 불꽃이 타오를 때 즐기라는 의미다. 가족 간의 애정 어린 시간도, 어떻게 보면 기간제 베프인 여자친구*남자친구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니 후회하지 말고 매 순간 사랑하자. 내일이 없는 것처럼 돌아보았을 때 더 사랑할걸, 더 아껴줄걸과 같은 아쉬움에 입 안 가득 씁쓸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온 마음을 담아 사랑하자. 


오늘 가리지 말고 표현해 보자.


사랑한다고, 오늘 고생 많았다고.

작가의 이전글 후덥지근한 날씨의 연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