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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 Oct 06. 2024

네로 황제가 못생겼네!

마드리드 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오늘은 마드리드고고학 박물관으로 가기로 하였다. 인류가 수만 년을 살아온 흔적을 찾고 이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숙소에서 박물관으로 가는 교통편을 살펴보았다. 미리 구한 메트로노선표를 보니 숙소 부근 까야요 역(callo)에서 고고학박물관 근처로 가는 메트로 노선이 두 개가 있다. 메트로노선표 상 고고학박물관 부근에 위치한 두 개의 역 모두 장애인마크가 없다. 역표시 옆에 장애인마크가 있으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뜻이고 이러한 마크가 없으면 엘리베이터가 없으므로 장애인은 사용이 어렵다는 뜻이다.

마드리드 메트로 노선도


시간이 급하여 택시를 타기로 하였다. 아침 출근 시간이 조금 지난 때라 차들이 많이 막힌다. 내가 묵는 숙소가 원래 매우 번화한 시가지에 있다 보니 이러한 시가지를 빠져나오는 데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택시 메타기의 요금표시기 금액이 자꾸 올라간다. 결국 요금이 11.8유로까지 올라갔다. 도로가 막히지 않으면 10유로를 넘지 않는 거리이다.    

 

마드리드 국립고고학박물관 앞 전경

               

고고학박물관은 입구부터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편하게 되어있다. 1층에서 경사로를 따라 지하층으로 내려가 박물관 입구가 있고 입구 로비 왼쪽으로 카페테리아가 있다. 나는 일단 점심때가 되었으므로 무언가 요기를 하기로 하였다. 마드리드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는 제대로 식사를 할 구내식당이 마땅치 않다. 아마 한국사람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스페인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는 하루에도 여러 번 군것질을 하는 습관 상 간단히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지 모른다.  

          

메뉴판에는 글씨만 있을 뿐 음식물 사진이 없으니 내용을 알 수가 없다. 결국 진열되어 있는 몇 가지 종류 중에 고를 수밖에 없다. 무슨 앙꼬가 있는 빵과 커피로 때웠다.  

고고학 박물관 입장료는 3유로, 나는 휠체어도 빌리기로 하였다. 고고학박물관 내부는 리모델링했는지 깨끗하다.    

고고학박물관 지하 입구로 가는 경사로                                                               지하 카페테리아  빵조각과 커피
스쿠터를 빌려준다는 안내문                                                                            지하  카페테리아

                 


박물관 내부 전시실은 선사시대, 로마 시대, 중세 시대 등 시대 별로 구분되어 전시되어 있다. 선사시대 관은 어느 나라나 모두 비슷한 지라 크게 눈길을 끌만한 것은 없었다. 고대 이후로 가면서 흥미진진하였다. 특히 로마시대의 유물들이 많아 흥미를 끌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스페인이 오랫동안 로마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네로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등의 두상도 있었다. 네로 황제의 두상은 코부분이 떨어져 나가서 그런지 매우 못생겼다. 네로 황제는 원래 폭군으로 유명세를 떨친 터라 선입견이 작동하였을까, 네로 황제의 부인인 포페아의 두상도 보인다. 포페아라는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데 아마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포페아의 대관식'이 떠올랐을 것이다. 명상록의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두상을 보니 확실히 현자처럼 생겼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국가와 기독교국가가 정복하는 과정을 시대별로 지도에 표기하면서 전시해 놓았는데 이를 차근차근 살펴본다면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 같았다. 이것저것 보다 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박물관의 전시물에 대하여 영어로 병기해 놓은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스페인어로만 되어 있어 이해가 어려웠다. 멀리서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는 야속한 일이다.


네로 황제의 두상                                      네로 황제 부인 포페아의  두상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두상

                                                                                                                                                                 

                                                          

로마시대의 벽화를 사진으로 본 적은 있는데 이를 실제로 확인하는 것도 진기한 일이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텍스타일(천으로 짠 그림) 같은 것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아주 작은 타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작은 타일로 된 그림



  

전시된 각종 집기류 등


인류 최초의 미술이라고 하는 알타미라동굴의 현장은 원형보전을 위하여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고고학박물관에 재현해 놓았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눈에 띠지는 않았다.  아마 공사 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박물관 1층에서는 다른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관련 기념품이나 책자를 파는 코너가 있었다. 무거운 책을 가져가는 것도 문제려니와 고고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내가 과연 이 책을 다시 볼 것인가 생각되어 구입하지는 않았다.

로마 시대의 각종 조각상

고고학에 관한 별다른 조예가 없는 나로서는 그냥 박물관을 둘러본 느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것이 일천한 지라 몇 개만 내 눈에 띄었을 뿐 대부분 그냥 스쳐갔을 것이다. 마드리드에는 그냥 '박물관'은 없었다. 모두 인류학박물관, 고고학박물관 이런 식으로 세분화된 박물관이었다. 여기도 사람들이 뜸하여 박물관 전체를 나 혼자 전세 낸 것처럼 어슬렁 거리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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