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솔(Sol) 광장, 마요르광장, 마드리드왕궁 등을 둘러본 계획이다. 사실 나는 광장 구경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사람 구경일 뿐이고 부근에 카페나 카페테리아에서 먹고 마시고 인증 사진이나 한판 찍는 장소일 뿐이다. 그러나 그 나라의 역사가 담겨있고 온갖 흥망성쇠를 지켜본 장소이므로 한 번쯤 둘러보기로 한다.
숙소 앞 Callo역 지하대합실에서 교통카드를 구입하기로 했다. 자판기 사용법을 모르니 역무원의 도움으로 10회짜리 교통카드를 구입하였다. 버스, 지하철 겸용 교통카드이다. Callo역에서 솔(Sol) 광장까지는 환승하지 않고 바로 간다.
Sol 광장
카롤로스 3세의 동상
솔(Sol) 광장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사진에서 많이 보던 건물이 보인다. 날씨가 덥기는 하나 습도가 적어서 느낌이 쾌적하다. 더운 날씨에 미세먼지가 많으면 뭔가 피부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 텐데 여기서는 미세먼지가 없어서 쾌적하다. 솔(Sol) 광장에서는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많다. 광장 한쪽에는 카를로스 3세 동상도 보이고 분수도 보인다. 솔(Sol) 광장은 말 그대로 사람 구경이었다. 광장 가장자리에 있는 돌난간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기로 하였다.
조금 있으니 열 댓살쯤 되었을 듯한 여자 아이가 구걸용 깡통을 가지고 나타난다. 행색이 초라해 보이고 거지꼴이다. 그런데 광장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 모두 눈길을 돌리고 외면한다. 스페인에는 구걸을 빙자한 소매치기나 사기꾼이 많다는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터라 나도 그 여자 아이를 외면하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좀 아팠다. 정말 어려운 아이들이 구걸하는 상황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을 믿지 못하고 경계하고 의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유럽은 어딜 가나 소매치기 때문에 난리라고 한다. 심지어는 여행 전문가들도 한두 번은 털려본 적이 있다고 한다. 소매치기 때문에 관광 가기 겁난다는 말도 있다고 하니 언제쯤 마음 편하게 관광할 날이 올까? 사실 나도 10여 년 전 비엔나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적이 있다. 그 후로 외국에 나가면 길을 걷다가 가끔 양쪽 주머니를 만져보는 습관이 생겼다. 소매치기들이 언제 귀신같이 주머니를 털어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솔(Sol) 광장은 스페인 각지로 이어지는 9개의 도로가 시작되는 곳으로 광장 가운데 시작점 표시가 있다.
Sol 광장에 있는 스페인 지리적인 기준점 표시
Sol광장에서 마요르광장까지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보기로 하였다. 양쪽으로 옷가게,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는 길을 따라 한참 가다 보니 마요르 광장이 보인다.
마요르 광장은 사진에서 본 것처럼 평지보다 약간 높은 지대에 있고 계단으로 올라가게 되어있다. 목발 짚은 사람에게 계단은 항상 장애물이다.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손짓을 해가며 계단 없이 광장 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느냐고 물으니 잘 모른다고 한다. 가만히 보니 자동차가 광장 지하에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가길래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 지상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가 있느냐고 물으니 뭐라고 하는데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냥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하였다.
마요르 광장 진입로
조금만 더 걸어가니 마요르광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로 된 진입로가 보인다. 마요로 광장은 한쪽에서는 공사를 하느라 가림막으로 가려져있고 무슨 테니스장 같은 게 설치되어 있어서 내가 사진에서 보던 그럴듯한 광장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광장을 빙 둘러싸고 건물이 있고 각 건물의 1층은 커피숍, 카페테리아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카페테리아 앞에 설치된 야외 식탁에서 음식을 먹으며 광장을 구경하게 되어있는데 별로 볼거리는 없었다. 뭐 하나 요기할까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았는데 당기는 메뉴는 없었다. 사진이나 한 판 찍고 자리를 옮기기로 하였다. 이제 좀 더 걸어가면 오래된 전통시장 산 미구엘 시장이 나온다니 그곳에 가서 뭔가 요기하기로 하였다.
마요르 광장
막상 산 미구엘 시장이라는 곳으로 가보니 실망스러웠다. 규모도 작고 복잡하여 발 디딜 만한 공간도 없다. 시끌 시끌하여 정신이 없다. 시장 내부 복도에 여러 개의 간이식탁과 의자가 있고 자기가 구입한 음식을 가져와서 먹게 되어 있는데 사람 사이에 비집고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찾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이 시장을 나와 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자리를 잡았다.
산 미구엘 시장 내부
산 미구엘 시장
메뉴 판 중에서 생선 튀김 같은 것이 그려져 있는 메뉴를 골랐다. 가격을 보니 메인메뉴가 10.9유로, 커피 2유로 되어 있다. 먹을 만하다. 그런데 식사 후 계산서를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2유로가 더 나왔다. 왜 2 유료가 더 나왔는지 궁금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따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계산하고 나왔다.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영어를 못하니 이야기도 통하지 않는다. 나중에 숙소 주인에게 물어보니 그 식탁에 있던 빵을 먹으면 추가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나는 식탁에 있는 빵은 서비스로 주는 것인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먹었는데 그 빵도 무료가 아니고 계산된다는 것이다. 흠.. 이런 법도 있구나.
근처 레스토랑 메뉴
큰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니 건물이 보이는데 무슨 역사적인 흔적이 있는 건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계속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가니 무슨 커다란 성당(나중에 확인해 보니 알무데나 대성당이었다)이 보이고 그 옆에 하얀 건물이 보이는데 화려하다. 이 건물이 무슨 건물인지는 가까이 가서야 알 수 있었는데 마드리드 왕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