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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 Oct 03. 2024

프라도 미술관에서(2)

열심히 그림을 눈에 담다

프라도 미술관은 세계 3대 미술관이라는 소문에 걸맞게 건물 외관부터 규모가 있어 보였다. 파리의 루브르처럼 외관이 화려하거나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어깨를 견줄 만했다. 유명세에 걸맞게 티켓박스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유럽 대부분의 미술관에서는 노 플래시로 카메라 촬영을 허용하는데 반해 프라도미술관은 카메라 활영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에 대한 공식적인 이유를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미술감상에 집중하라는 취지에서 그랬다는 설도 있고 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책자를 팔기 위하여 그런다는 설도 있다.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진을 찍지 않고 돌아다니니 확실히 그림을 면밀하게 보게 되는 것 같고 홀가분하다. 내가 열심히  사진을 찍어 봐야 DSLR이 아닌 시원치 않은 스마트폰 사진이고 구도도 시원치 않다. 인터넷이나 책자를 찾아보면 더 잘 찍은 사진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다만 멋진 그림 앞에서 폼을 잡고 인증 사진 한 판 찍으려는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을 이룰 수없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은 있다.


미술관에 입장할 때 공항 출국 검색대처럼 위험물을 검사하는 과정이 있었다. 프라도 미술관에는 워낙 보물 같은 작품이 많으니 혹여 위험한 폭팔물이라도 반입되면 큰일이다.  


검색대 입구에서 안내원이 목발을 짚은 나를 보더니 휠체어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수동휠체어를 빌려 주는데 마치 활동형 휠체어처럼 잘 굴러간다. 입장하고 보니 무언가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1층 카페에 가서 커피와 물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커피는 에스프레시보처럼 아주 작은 용기에 나온다. 여기는 이런 커피가 기본인가 보다. Audioguide도 빌려 1층(스페인에서는 0층) 미술관에 입장하였다. 미술관 안내 팸플릿에는 한국어 판도 있다.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구나!

프라도 미술관 안내 팜플랫


미술관 입구 검색대                                                                                넒은 장애인 화장실

미술관 내 사진촬영이 금지라고 하지만 미술관 직원이 한눈파는 사이에 남몰래 살짝 사진을 찍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럴 용기는 나지 않는다. 그냥 차근 차근히 눈과 마음에 담기로 하였다. 이제 기억력도 예전같이 않아 내가 눈에  담아 올 수 있는 것이 몇 개나 될지 모르겠다. 미술관 도록을 사고 싶으나 무거운 짐이 될까 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중에 필요하면 인터넷으로 구입하기로 한다.


프라도 미술관은 사람들은 제법 많았으나 미어터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고야, 엘그레코, 벨라스케즈 등 그림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림을 직접 보는 것은 나에게 큰 감동이었다. 미술이 뭔지 몰라도 이런 원화를 직접 본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했다. 당시의 문화나 역사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림 한 개가 벽면 한쪽을 꽉 채울 정도로 큰 사이즈도 많았다. 프라도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보면서 확실히 느낀 것은 원화를 보니 느낌이 확 살아난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그림의 경우 책자에 실린 사진으로 보아서는 세부적인 내용을 볼 수가 없는데 실제로 보니 그림의 내용들이 샅샅이 보인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오후 1시가 되어 점심을 요기하기로 하였다. 무얼 먹을 까, 카페테리아에 진열된 음식을 보니 모두 서양식이라 햄버거 이런 것 밖에 없다. 두부와 닭가슴살 같은 것을 얹혀 놓은 샐러드 같은 것이 보여 이를 주문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두부가 아니라 식빵 조각이었다.

1층 카페테리아, 주문한 샐러드

프라도 미술관 둘째 날. 입구 부근에 작은 공원이 있어 공원에 있는 돌벤치에 앉아 한참 여유를 즐겼다. 내 생애에 여기를 다시 오겠는가 생각하니 모든 풍경이 아쉬웠다. 마드리드 시내는 미세먼지나 황사가 없어 한국에서보다 확실히 쾌적하다. 공원에 앉아있는 동안 머리가 상쾌해졌다. 미술관 쪽으로 가는 길을 걷는 동안 정말 ‘햇빛은 쨍쨍’하였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햇빛은 쨍쨍’하는 날이 드물다. 비가 온 직 후 며칠 동안만 '해가 쨍쨍'할 정도이다.         


프라도 미술관 입구 기념품 코너 및 안내소
프라도 미술관 입구 그림을 파는 가판대
고야의 동상

프라도 미술관에 입장하려는데 어제 끊어 놓은 티켓이 1회용인지 1년짜리 티켓인지 불안하다. 티켓에 표시된 내용은 전부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 제대로 해석할 수없다. 불안한 마음을 감춘 채 소지한 티켓을 직원에게 내밀었다. 그 직원은 티켓을 QR로 찍어보더니 표정이 심상치 않다.

‘Not value’

어이쿠! 항상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는 법이다. 어제 구입한 티켓은 1회용이었던 것이다. 졸지에 미술관 직원을 속이려다 발각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내 마음은 심히 불편하였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티켓 파는 직원이 '1년 동안 유효하다'라고 한 것을 '1년 동안 여러 번 반복해도 입장해도 된다'는 의미로 잘못 해석한 것 같다. 나의 히어링(Hearing) 실력이 형편없구나!


티켓 창구에서 다시  티켓을 구입하면서 이번에는 미술관 패스(Paseo Del Arte Pass)를 구입하였다. 미술관 패스(Paseo Del Arte Pass)를 끊으면 소피아 미술관과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도 각 1회씩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웬만하면 프라도미술관은 오늘 마치려고 하였는데 물량이 많아 둘째 날도 프라도미술관을 다 보지 못할 것 같아 2층 일부는 남겨두고 돌아오기로 하였다.


미술관은 두 개의 공간이 연결된 부분도 있었는데 연결 부위는 단차가 있어 약간 경사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휠체어를 밀기에 힘이 좀 부칠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어디선가 누가 나타나 휠체어를 밀어주고 사라지기도 하였다. 그런 경우 나는 ‘그라시아스(Gracias)!’ 외치면서 답례를 하기도 하였다.

     Gracias! (감사합니다)

다른 스페인 말은 몰라도 이 말은 내가 확실히 안다고 떠들 수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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