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re Sep 30. 2024

프라도 미술관에서(1)

클래식 기타의 선율에 빠지다

 

프라도미술관 입구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어디선가 기타 소리의 선율이 들린다. 많이 들어본 듯한 멜로디. 아! 나도 젊은 시절 한 때 하루 종일 클래식 기타를 안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지!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니 누가 앉아서 기타를 만지고 있다.

그는 미술관 입구 왼쪽 화단 난간에 걸터앉아 기타를 고 있다. 그 앞에 놓인 돈을 받는 바구니에는 동전 몇 개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돈을 받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묵묵히 기타의 선율을 울려주고 있다. 나는 시간이 급하지 않은 사람이라 미술관 입장을 미루고 클래식기타 소리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한참이나 기타 선율에 빠져 시간을 보냈다. 내가 젊은 날 불안하고 방황하던 시절을 메꿔 주던 기타 소리에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였다.


프라도 미술관 입구

그 앞에는 작은 앰프가 있다. 앰프 없이는 기타의 음량으로 미술관 마당을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겼다. 이 사람이 정말 몇 시간이나 쉬지 않고 계속 기타를 치고 있는 것일까,  녹음된 것을 틀어 놓고 립싱크하는 것처럼 기타를 치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가 잠깐  쉬는 사이에 물어보았다. 직접적으로 물어보지는 못하고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연주를 할 수 있느냐고 빙돌려 물어보았다. 그는 오랫동안 숙련되어 몇 시간이고 연주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말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잠깐이나 그를 의심한 것이 미안하였다. 그는 점심시간에는 기타 연주를 쉬고,  매일 연주하지는 않고 일주일 중에 다른 기타리스트와 번갈아 출연한다고 하였다.  


미술관 입구 기타리스트


그는 마드리드를 방문한 사람들이 스페인 특유의 정서를 한껏 느끼도록 분위기를 돋워 주고 있다. 어느 여행지나 거리의 악사들은 그 지방의 독특한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우리 여행객들의 감성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클래식 기타에서는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도 들려준다. 그가 연주하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은 언제 들어도  구슬프다.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 선율에는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페르난도 2세에게 넘겨주고 떠나는 이베리아 반도의 마지막 이슬람 왕 보압딜의 슬픈 눈물이 묻어난다. 스페인의 기타리스트 타레가가 이 곡을 작곡하면서 이러한 역사적인 분위기도 느끼면서 작곡하였는지, 본인의 슬픈 감정(콘차 부인이라는 여인으로부터 실연당했다고 함)만 투영했는지는 알 수없다.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곡은 트레몰로 주법이라고 하여 마치 여러 개의 기타가 연주하는 것처럼 들린다. 엄지손가락으로 멜로디를 튕기고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으로 번갈아가면서 동일한 음을 튕겨 반주의 효과를 보이는 곡이다.


그 앞에는 그의 연주가 녹음된 판매용 cd가 보인다. 나는 이미 그런 음반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그의 cd를 하나 사기로 하였다. 가격은 10유로. 연주료도 받지 않고 여행객들로 하여금 스페인 특유의 이국적인 정서를 느끼게 해 주는 그는 고마운 존재이다. 그와 함께 셀카도 한 판 찍었다.

일전에 어느 여행프로에서 그가 출연한 한 것을 본 적도 있다. 그의 cd를 살펴보니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활동하는 뮤지션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그가 연주하는 클래식 기타곡들은 탬포가 빠른 것들도 있는데 이는 스페인 전통 춤인 플라멩코의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이번 마드리드 여행에서 정작 안달루시아 여인의 강렬한  몸짓(플라멩코 춤)을 느껴보려고 하였는데 어떡하다 보니 기회를 놓쳤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도 내한한 스페인 플라멩코 팀을 롯데콘서트홀에서 관람한 적이 있을 정도로 관심이 많은데 정작 마드리드에 와서 이러한 공연을 보지 못하다니 아쉽다. 내가 여기저기 쓸데없이 관심사가 많다 보니  마드리드에서의 10여 일 동안의 일정이 짧게 느껴졌다. 


어느 지역이나 그 지역의 음악은 그 나라만의 독특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다. 그 독특한 음악에는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축척된 삶의 흔적, 애환, 세상을 바라보는 눈, 이런 것들이 배어 있다. 




이전 10화 안달루시아 여인의 강렬한 몸짓을 느끼고 싶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