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마드리드왕궁인 줄 몰랐다. 한참 가서 가까이 가보니 사진에서 많이 보던 건물이다. 아, 이게 마드리드왕궁이구나. 마드리드 왕궁 건물은 멀리서부터 빛을 발했다. 하얀색 건물로 고급스러운 귀족의 분위기가 흠씬 느껴지는 그런 건물이었다.
장애인은 무료입장. 오디오가이드를 신청하려 하니 한국어오디오가이드는 없다고 한다. 휠체어를 빌렸고 마드리드 궁전 마당을 한 바퀴 돌려고 하니 어디선가 여자 안내원이 나타나서 무기박물관을 관람할 것인지 묻는다. 무기박물관?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어쨌든 안내하는 대로 하겠다고 하니 무기박물관으로 안내한다.
마드리드 왕궁
마드리드 왕궁 앞마당
여자 안내원은 나를 마드리드왕궁 마당 끝쪽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하여 지하층부터 관람하도록 안내한다. 무기박물관에서는 카를로스 5세와 필리페 2세가 전쟁 당시 입었던 갑옷, 투구, 말, 전신보호대등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종류가 엄청났다. 마치 중세를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에서 소품으로 쓰였을 듯한 그런 실물들이 보인다. 이런 것을 보니 전쟁이 일어났을 당시의 생생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당시는 왕이 직접 전쟁 터에서 진두지휘했었으므로 왕의 안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왕들은 신과 같은 권력을 누렸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국가를 위하여 직접 앞장서서 싸웠음을 생각하니 왕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달리 생각하게 된다.
필리페 2세의 갑옷은 엄청났다. 왕의 가슴과 배 부분을 보호하는 갑옷도 있었는데 이 갑옷에는 화려하고 정교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갑옷이라는 것이 적의 창이나 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텐데 이렇게 화려한 무늬가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무기박물관을 보고 나서 왕궁 옆쪽으로 눈을 돌리니 엄청난 숲으로 이루어진 공원이 보였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왕궁정원이라고 한다. 시야가 뻥 뚫린다.
마드리드 왕궁 마당에서 보이는 왕궁 정원
햇볕은 쨍쨍하고 미세먼지가 없는 날씨라 나는 당시 행복하였다. 한국에서는 '햇볕은 쨍쨍'한 날을 많이 접하지 못한지라 '햇볕은 쨍쨍'하면 이유 없이 행복하다. 아마 햇볕으로 인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팍팍 분비되어 그런 지 모른다. 마드리드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것 중에 하나가 이렇게 '햇볕이 쨍쨍'하다는 점이다.
무기박물관 관람을 마친 후 마드리드왕궁 본관을 구경하였다. 일반 관람객들은 계단을 통하여 이층으로 올라가고 나는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별도의 통로를 통하여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 내부는 왕실이 사용하던 수 십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마치 비엔나의 쇤부른 궁전을 보는 듯했다. 스페인 왕족과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는 서로 복잡한 혼인관계로 얽혀있었는데 비엔나의 분위기가 마드리드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엄청난 고가의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전시된 음악실도 있었고 파리의 베르사유궁전에서 보았던 거울의 방 비슷한 공간도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아직 해가 짱짱하다.
마드리드 왕궁 건너편 알무데나 대성당이 있었지만 나는 몸이 피곤하여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왔는데 10유로 정도 나왔다. 마드리드 시내는 어디서나 숙소까지 택시비는 10유로 정도 나왔다. 내가 경험한 마드리드 택시기사들은 모두 정직하였고 바가지요금 이런 것은 없었다. 그날도 나는 매일 그렇듯이 숙소 인근 까루프에 들러 샐러드 2개를 구입하여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