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섬에서
오늘은 베를린 박물관섬으로 구경 가기로 했다. 박물관 섬이라는 곳은 베를린을 관통하고 있는 슈프레 강 가운데 있는 지역인데 박물관이 많아서 박물관 섬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섬이라고 하지만 육지와 여러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이 위치한 시테섬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지하철 U-bhan 노선을 찾아보니 베를린 중앙역 인근 숙소에서 갈아타지 않고 바로 간다. 3일짜리 교통티켓을 끊었다. 박물관, 미술관을 관람할 때 할인되는 베를린카드라는 것도 있었지만 하루만 유효하다고 하니 하루 만에 박물관을 모두 볼 수 없을 것 같아 베를린카드는 구입하지 않았다.
교통티켓을 끊으면 처음 승차 시 펀칭을 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플랫폼으로 내려가니 노란색 지하철이 온다. 한국처럼 플랫폼과 지하철 사이에 단차가 낮아 휠체어로 바로 승차할 수 있을지, 기관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 알 수없어 기차 맨 앞부분의 플랫폼에서 기다렸다. 기차가 정차하고 기관사와 눈을 마주치니 기관사는 상황을 알아채고 내려 보더니 그냥 승차해 보라고 한다. 약간의 단차가 있었지만 경사로 없이 그냥 승차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나는 요령껏 승차에 성공. 비법은 뒤로 돌아서 바퀴가 큰 휠체어뒷바퀴로 먼저 승차하는 것이다.
박물관 섬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주위의 풍경이 참 한가롭다. 박물관섬 주위를 흐르는 슈프레 강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슈프레강은 베를린 시내를 관통하는 강이다. 아, 이렇게 사진에서나 보던 슈프레강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니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은 계속 쌀쌀하다. 먼저 구미술관부터 보기로 했다. 그런데 입구에는 떡하니 계단이 많이 버티고 있다. 이런 경우 나는 이미 학습이 되어있다. 독일에서 이런 경우 주위를 잘 살펴보면 휠체어가 입장할 수 있는 경사로나 리프트가 반드시 어딘가 있다는 사실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하여 알고 있다. 미술관 오른쪽 벽을 따라가니 약간 밑으로 내려가는 경사로가 있고 출입구가 나온다. Ticket을 12유로에 구입.
점심때가 되어 무언가 요기해야길래 직원에게 레스토랑이 있느냐고 물으니 없다고 한다. 부근에는 레스토랑이 있을 만한 곳이 없을 것 같고 한참이나 나가야 한다. 게다가 오늘 끊은 티켓은 1회용이라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는 티켓이라 대충 관람하고 나중에 먹기로 했다.
미술관이름이 구미술관이라고 하지만 아주 오래된 그림은 아니고 17~18세기 정도의 그림으로 보였다. 1층부터 3층까지 구성되어 있다. 1층은 주로 조각상, 2층은 모네, 마네, 쿠르베 등의 그림이 보인다. 당시 독일 사람들의 생활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림이 많았다. 풍경화의 경우 낮게 드리운 짙은 구름, 울창한 나무숲 등의 풍경이 많이 보였다. 유럽의 미술관들이 대게 그렇듯이 다른 나라 화가들의 그림이 많이 보인다. 사람들이 띄엄띄엄 보이고 조용해서 좋다.
우거진 산림 속 폭포를 그린 그림이 주의를 끌었다. 작가는 요한 마틴 폰 로덴이라는 사람. 생전 처음 듣는 이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그는 로마에서 주로 활동을 한 독일화가로 검색된다. 마치 남미 아마존의 정글 속에 있는 폭포를 그린 것 같은 그림. 이 그림은 이탈리아 티볼리 부근의 폭포를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오늘날 도시화로 개발되기 전에는 이탈리아의 숲이 이러한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진귀한 광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울창한 산림을 그린 그림. 처음 듣는 화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독일의 풍경화, 역사화의 대가라고 검색된다. 개발되기 전의 원시림 같은 풍경. 어찌 보면 그리스 신화에서나 나올듯한 그런 풍경. 그림 한쪽에서는 그리스 신들이 거닐 것 같다. 이 그림도 무언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듯한데 알 수가 없다. 나는 실제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고속기차(ICE)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울창한 산림을 볼 수 있었다.
관람을 마친 후 밖으로 나와 레스토랑을 찾았다. 기왕이면 슈프레 강을 보면서 멋진 식사를 하려고 어느 레스토랑을 찾았다. 슈프레강을 볼 수 있는 야외 테이블이 있는 레스토랑.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아, 내가 베를린에 와서 먹어 본 샐러드 중에 최악이다. 풀 이파리 몇 개 들어가고 다른 내용물도 별로 없다. 이 동네가 자릿세가 비싼 동네인 것 같다. 자릿세가 비싼 곳이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먹을 게 없고 값만 비싸다.
몸도 피곤하고 오늘 일정은 이 정도로 하고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 베를린 날씨가 생각보다 쌀쌀해서 겨울용 티를 하나 구입해야겠다고 전부터 벼르고 있었다. 오는 길에 겨울용 티를 하나 구입할 생각하고 구글지도를 보니 ZARA 매장이 영업 중인 것으로 나온다. 이상하네, 아침 베를린 중앙역 매표소 여직원이 말하기를 오늘 무슨 날이어서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고 했는데, 구글이 잘못 알고 있는지 중앙역 여직원이 잘못 알고 있는지 둘 중 하나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ZARA매장이 멀지 않아서 ZARA 매장을 직접 가보기로 했다. 만약 문을 닫으면 부근의 운터 앤 린넨 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된다. 가는 길에 오페라하우스도 보인다. ZARA 매장을 찾았으나 결국 문을 닫았다! 구글이 틀렸네, 구글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고 정보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았겠지, 옷을 사는 것을 깨끗이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