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만유중

발리 2023 7/18

by Jay

바이크 온


바이크를 빌려 동쪽 해변을 달렸다. K의 뒤에 매달려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다 보면 야생원숭이 떼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바람도 불고 도심지와는 달리 차와 부딪히지 않게 다리를 구기지않아도 되서 이래저래 즐겁다.


한 세기 전에 산 중턱에 지어진 타만유중은 현재까지 아주 잘 관리되어 예쁘게 꾸며진 수상정원이다. 입구에 표값이 쓰여 있지 않아서 순간 이 가격이 맞나 싶었는데 그게 맞았다. 동남아의 경우 외국인에게 각종 표값을 높이 받는 경우가 많아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게 되는데 여기는 내외국인 모두에게 같은 값을 받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계단을 보는 순간부터 이미 피곤한 기분이 들었지만 막상 올라가자 일주일치 사진은 거기서 다 찍었다. 서로 신나게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갑자기 다가온 여행자가 우리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서양인답지 않게 배경 위치까지 바꿔가며 열심히 찍어주던 남자는 "너 사진도 찍어줄까?" 묻는 우리의 제안을 쿨하게 거절하고 자기 갈 길을 갔다. 주변 온도 2도는 떨어졌어 지금.


혼자 여행할 때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힘들게 셀카 찍는 걸 보면 내가 먼저 다가가서 같이 찍어줄까 물어본다. 열심히 찍어서 폰을 돌려주면 모두 굉장히 고마워한다. K와 여행이 끝난 후 사진을 보면 서로 찍어준 사진은 많은데 같이 찍은 사진은 별로 없어서 아쉬울 때가 있는데 얘 덕에 함께 찍힌 사진을 많이 남겼다. 중생들끼리 돕고 살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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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분홍빛으로 익기 시작한다. 개처럼 헥헥대다가 기온을 살펴보면 29도밖에 안 된다. 건조한 곳에 오래 살다 보니 습도를 이겨내기 힘든 몸이 되었나 보다.


숙소로 돌아오는 도로에서 바이크에 탄 매너쿨남을 다시 마주쳤다. 내가 바이크를 운전할 줄 알면 K와 같이 바이크 투어를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다.


숙소로 돌아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며 생각했다. 이 정도로 더웠으면 풀장이지.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한 인피니트 풀은 뷰는 진짜 좋은데 바닷바람이 직방이다. 쪄 죽었다가 얼어 죽었다가 차력쇼를 펼쳤다. 밤에 실내에서 누워 있으면 파도 소리가 태풍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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