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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키 Jul 18. 2024

하나.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한 건물의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다.


그녀들은 각자의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


잠시 후 회색 스타렉스 12인승 승합차가 두 여성들 앞에 멈추자, 그녀들은 집중하던 스마트폰을 끄고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승합차 앞으로 다가간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험상궂은 얼굴의 덩치가 큰 중년의 남성이 내리자마자 바로 승합차의 뒷문을 열어젖히며 그의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온화하고 맑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어르신들 도착했습니다. 천천히 내리세요. 먼저 안언연 어르신부터 내리실게요


승합차 앞으로 다가간 두 여성도 맞은편의 뒷문을 열고 어르신들의 하차를 도와주고 있다.
-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천천히 내리세요. 어머 오늘 왜 이렇게 예쁘셔요?. 오늘은 아침부터 기
분이 좋으시네 – 등등 건네는 멘트가 하차하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면 그녀들의 센스도 대단하다 싶다.

아이고 반가워요


밝은 모습으로 화답해 주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고, 아무 말없이 무표정으로 답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이렇게 지하 주차장으로 5호 차량까지 도착하여 어르신들이 2, 3층으로 나누어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책상에 앉아 오전 간식으로 준비되어있는 죽을 먹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의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이곳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인지지원등급’부터 ‘1등급’까지 장기 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에게 재활, 간호,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케어센터이고 상호명은 [믿음 데이 케어 센터]이다. 그러나 '3등급' 이하 등급의 어르신들은 없고, '2등급', '1등급'은 요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이곳을 [어르신 유치원]이라고도 하고 최근에는 [시니어 학교]라고 불리는 곳이다.


매일 정상과 이상의 경계선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치매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50대 초반 중년부터 90대 노년까지 여러 연령층이 모여 함께 프로그램을 하고, 간식과 식사를 하고, 운동과 산책도 하며 8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귀가를 한다.


이미 충분히 늙은 사회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은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글씨가 적힌 노란색 승합차 차량들이 이제는 [주간보호센터] 또는 [노인 데이케어센터] 차량으로 바뀌어 이용된 지도 오래다.


유치원, 학교는 사라져 가고, 장기 요양 기관은 시대의 트렌드에 맞는 사업 아이템이 되어 이곳저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현실이다.




어르신들은 요양 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신체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사이, 사무실에선 사회복지사 아로와 간호조무사 선자가 각자가 맡고 있는 업무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무업무를 하는 사무원이 있음에도 복지사와 간호사는 문서화시켜야 하는 업무가 많다 보니, 무엇이든 기록해야 하고, 서류로 만들어 놓아야 하고, 소중하게 보관도 해야 한다.


각자 맡은 업무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는데 그중에 어르신들을 대하는 부분은 제일 강도가 높은 공통 업무이다.

김태평 어르신, 계속 뒷목이 뻐근하다고 하는데 보호자한테 전화드려야 할까?
혈압은 정상으로 나오기는 하는데...



이곳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고 있는 선자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서류를 작성하며 옆자리의 아로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본다.

그 어르신은 맨날 그러시는데 그냥 오늘도 혈압체크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보건, 의료 쪽으로는 아무 상관없는 자신이 그렇게 말한 것에 자신이 없는 듯 다른 간호조무사에게 한번 물어보라고 떠넘기듯 말을 하였지만, 분명히 아무 이상은 없을 것이라 확신하는 아로였다.


김태평 어르신은 오전에 센터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뒷목이 뻐근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왼쪽 어깨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등으로 혈압 체크부터 기본적은 건강 체크를 하면 모두 정상으로 나오는 것을 항상 의심스러워 하는 76세 양반이시다.


그렇게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선자와 아로는 다급하게 사무실로 들어온 요양 보호사의 보고에 익숙한 듯 재빨리 현장으로 달려간다.


2층 어르신들이 한참 신체 활동 프로그램을 하고 있던 중, 한 여자 어르신이 의자에 앉으려다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숙이다.


장기 요양등급 3등급 어르신으로 거동은 가능하나 요양보호사들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등급의 84세 어르신이다.


이 어르신이 오는 날은 더 주의 깊게 케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어르신 괜찮으실 거예요. 안심하세요. 어디 불편한데 있으세요?


선자는 어르신의 초기 반응과, 초기 조치 등을 빠르게 기록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 보지만, 화숙 어르신은 엉뚱한 말만 반복한다.

며늘아 살려줘라. 며늘아 살려줘라


어르신 제가 도와 드릴 게요. 어디가 아프 신지 말씀해 주실래요?


선자와 요양보호사가 돌아가며 상태를 물어보지만, 아무 답도 듣지 못하고 그저 며늘이만 부르고, 살려달라고만 하는 말만 들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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