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 마오
가지 이르을 마아오~ 가~지이를 마아오
믿음 센터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는 세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이번달 직원들의 급여명세서를 엑셀로 정리하면서 밖에서 들리는 이 노래를 무의식 적으로 따라 부르고 있는 자신에게 스스로 놀라 노래를 멈춘다.
매월 받는 최저임금의 월급이 참담한대도 저 노래만 나오면 흥얼거리는 건 나름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급여대장을 정리할 때마다 월급날인데도 우울해지는 묘한 기분은 3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센터장,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들, 송영기사님들, 사무원의 월급들을 대장에 적을 때마다
'왜 센터장은 매월 300이 넘는 월급을 받는 거지?' 의문이 든다. 센터에 투자를 했나? 아니다. 원래 어느 직장이든 직책이 있는 사람이 월급도 많이 받고 일도 적게 하는 것이지 않은가.
이렇게 매월 센터장의 급여명세서만 보면 생각이 삐뚤어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주간보호센터의 사무원 월급은 기본급 201만 원인데 거기서 식대를 공제하고 4대 보험과 퇴직연금까지 빼면 총 급여액은 180만원 이다.
정말 공과금 각종 세금을 내고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서 살아야만 하는 금액이다.
아~~~~
로또만이 답인가.
세리는 별의별 생각을 하며 업무를 하고 있는데, 사무실 밖에서 한 어르신의 앓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며늘아 살려 줘라~
센터장님~ 나 좀 살려 줘요~
하루종일 저 말만 하는 저 할머니의 징징대는 목소리가 정말 귀에 거슬린다. 하도 듣다 보니 저 할머니가 부르고 있는 며느리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화숙 어르신 왜 그래, 어? 어디 아파요? 아까 넘어진 거 기억나지? 왜 그래에 자꾸우~!
센터장이 혼자 책상에 앉아서 계속 살려 달라고만 하는 화숙을 사무실로 데려와 소파에 앉힌 후 말을 걸어본다.
센터 근무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어르신들에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말을 하는데 그건 딸 같이, 아들 같이, 혹은 손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세리는 그런 화법으로 어르신들을 대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마치 그들의 어린 조카들을 대하는 듯한 그런 모습들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생각이 들곤 한다
센터장님 나 좀 살려 줘요~ 나 죽기 싫어요~
센터장은 어르신이 왜 죽냐고 그런 생각을 왜 하냐고 화숙에게 물어보니, 본인이 죄가 많아서 무섭다고 한다.
화숙과 센터장이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사무실 전화벨이 울려 세리가 전화를 받고 센터 전체 공지 메시지 창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화숙 어르신 15시 30분에 보호자가 모시러 온다고 함
이 메시지를 보고 센터장은 화숙에게 아들이 어르신을 모시러 온다고 알렸으나, 세리가 바로 정정을 해 주었다.
아드님이 아니고 손자가 온다고 하는데요.
화숙은 손자가 온다는 소리에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난 것처럼 몇 개 없는 이를 환하게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다.
우리 다우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