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유명한 고깃집 사진이 올라온 고야의 SNS 최근 피드를 둘러보며 '좋아요' 하트를 누른 수지는 고야에게 메시지를 남겨 본다.
나두 다음에 한국 가면 너 인스타에 올린 집 델꾸가줘.
최근에 단톡방에서 회사 그만두었다는 고야의 보고에 아로, 누리는 빠른 시일 내에 재취업이 가능한 여러 대안을 제시해 주었지만, 수지는 이번 기회에 생각의 여유를 가지고 기분 전환을 위해 오사카로 여행을 오라는 제안을 했다가, 그렇게 할 돈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듯한 고야의 문자에서 '얘 넌 이 대화에서 잠깐 빠져 있어'라는 느낌을 받아 이후 대화에서는 내용 확인만 하고 답변을 달지 않았다.
"점점 소심해지고 있어".
수지 스스로도 느끼고 있는 점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메시지 진동음이 울려 확인을 해보니 고야다.
2시간 줄 설 각오가 되어 있으면 델꼬 간다 ㅋㅋㅋ 잘 지내고 있지? 결혼식 준비는 한국에 와서 하는 거지?
'아이고야'
[2시간 줄]이라는 문자를 보고 수지는 우는 소리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응 5월 골든위크 때 잠깐 한국 나가서 결혼식장이랑 다 예약하려고~ 결혼식날은 네가 내 부케 받아 줘야 해.
ㅇㅋㅇㅋ 부케 받기 전문가 ㅎㅎㅎ느낌 아니까 한 손으로 받아 줄게!
집에 들어가기 전에 오늘 하루 종일 먹고 싶어서 머릿속을 맴돌던 메뉴를 하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텟베는 야근한다고 했으니, 수지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기에 딱 좋은 날이다.
식빵, 땅콩잼, 통조림 파인애플, 오이
내일 아침에 먹을 낫또와 과일 몇 가지를 더 산 후 계산을 하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니 냉기가 가득하여 난방기를 작동시킨 후, 집에서만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장을 봐온 봉지를 들고 주방으로 향하며 자연스레 콧노래를 부른다.
"식빵 위에 딸기잼을 바르구여~ 그 위에 파인애플을 올려 주세여~통조림 파인애플을 올리는 게 제일 맛있어요. 내가 일반 파인애플도 올려 봤는데 통조림파인애플이 제일 맛있어요. 이제 마지막으로 파인애플 구멍에 맞게 오이를 잘라서 구멍 안을 막아주면 끝이에요. 한입거리로 잘 잘라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수지는 예전에 한국 프로그램에서 요리 전문가가 유행시킨 말투로 혼잣말 치고는 완벽한 성대모사인 듯싶어 스스로 놀라워하며 오늘의 메뉴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엄마를 생각한다.
이 메뉴를 만들어 먹을 때마다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가 자주 해주던 간식이었는데, 평상시에 잘 먹지 않는 땅콩잼을 발라서 처음엔 먹기 조금 망설여졌지만, 엄마를 믿고 한입 넣었을 땐 역시 엄마는 믿을 만한 존재라는 확신이 들었던 어린 시절도 매번 생각난다.
무명의 핑거푸드 / 이 디저트를 아시는 분을 찾습니다.<사진-개인소장용>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는 재료들의 조합이지만, 무언가 상쾌한 맛을 느끼고 싶을 땐 수지는 이 것을 만들어 먹는다.
이것을 처음 텟베에게 만들어 주었을 때, 텟베는
"파인아프루?!?"
라며 경악했고, 한입 먹어 보라는 수지의 제안에 먹는 시늉도 안 해주고 입도 안대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이 음식에 대한 서사를 알게 된 텟베는, 혼자 먹고 있는 수지에게 일본어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너는 이게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사실은 엄마가 그리워서 이걸 찾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