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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가 May 20. 2024

포니 혹은 조랑말을 보다가

내가 너를 보는 것인가? 너가 나를 보는 것인가?

내가 일하는 곳 이색자전거와 전동차의 북서쪽을 바라보면, 조랑말인지 포니인지 모를 네 마리가 동그란 우리 안에 갇혀 관광객들이 주는 당근을 받아먹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도 저녁 6시가 되면 긴 하루를 끝내고 조그맣고 동그란 우리에서 풀려나 자신들의 마구간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그나마 이곳에서 보는 말들 중에 이 말들의 운명이 가장 편해 보인다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불행 중 다행이 아닐까? 승마체험용 말들은 매일 손님들을 태워야 하니 그것도 여간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휴가 겹쳐 손님이 엄청나게 많은 날에는 어느 순간 말들이 잘 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말들도 그저 인간의 유희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라 고통과 피로를 느끼는 생명체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하루는 저녁 6시에 이색자전거업장의 업무를 마치고 차에 타려던 순간, 말들이 마구간 방향으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시의 나는 상황을 아무것도 몰랐기에 말들도 나처럼 퇴근본능이 발동하여 얼른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그 말들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던 것이었다. 그 말들이나 나나 괴로운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것은 매한가지였나 보다. 그렇게 탈출한 말이 한 번은 밤중에 차도로 뛰어들어 사고로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은 더 깊게 인식하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그 조랑말들 혹은 포니들을 매일 별다른 감흥 없이 스쳐 바라보기만 했는데, 하루는 저 말들도 나를 자전거 트랙 안에 갇혀서 매일 자전거를 치우는 불쌍한 인간으로 보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들은 관광객들로부터 귀여움을 받고 먹이를 받아먹기라도 하지, 나는 손님들이 아무 데나 버리듯이 남기고 간 자전거를 제자리로 가져다 놓거나, 손님들에게 매번 똑같은 사용 안내와 주의사항을 목이 아프다 못해 쉴 때까지 해야 하고, 때로는 고객들의 불만사항까지 굽신거리며 응대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저 말들이 생각하기에는 차라리 저기 갇혀 있는 인간보다는 우리의 처지가 조금은 낫지 않나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말과 나, 각자의 우리에 갇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나는 문득 장자의 '호접몽'을 떠올리게 되었다. 꿈속에서 나비가 된 장자는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를 만끽했지만, 깨어난 후에는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자신이 된 꿈을 꾼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말을 동정하는 것인지, 말이 나를 동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모두 각자의 운명에 갇혀 서로를 부러워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우리에 갇혀 있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들은 짧은 자유 시간 동안 마음껏 들판을 뛰어다니며 삶의 기쁨을 느꼈을 것이고, 나 역시 퇴근 후의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았던 것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이며,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오늘도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말들은 마구간으로 돌아가고 나는 집으로 향한다. 각자의 우리로 돌아가는 우리의 뒷모습은 어쩌면 쓸쓸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르면, 우리는 또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마지못해서든 최선을 다해 서든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분명 삶을 견디든 살아내든 아니면 삶이 그럴지라도 의미와 행복을 찾아낼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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