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워했던 아이에게, 용서를 받았다

by 쥴리

첫째를 낳고, 세상이 달라졌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았다.

아이를 품은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나일 수 없었고,
온 세상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임신 10달은 나에게 지옥같았다.

사실 첫 아이를 제법 큰 상태로 유산했기 때문이다.


그땐 숨쉴틈도없이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고

덜컥 임신이 되었지만 일을 쉴수가 없었다.

때마침 확장공사로 인해 매일 계단을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

내 뱃속에 아이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친한 지인과 점심 약속을 잡았고 밥을 먹는데

바지에 뭔가 흐르는 느낌....


흠칫 놀라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급히 자리를 접고 사무실에 왔는데

겨울이라 두꺼운 등산바지를 입었는데도 이미 바지 모두가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일주일을 쉬었지만 아이는 결국 잃었다.

그 뒤로 일은 그만두었지만 의료사고?비슷한 일로 수술을 두번이나 하게 되고

내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내 정신도 피폐해졌으며

스스로 나를 자꾸만 가두게 되었다.


다시는 아이를 못가질 것이라 했다.

나 역시 자신도 없었고 체념을 했지만

내가 흡사 살인자가 되었던것 마냥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 몸이 제대로 회복이 되지 않았는데 덜컥 아이가 생겼다.

그게 지금 13살이 된 내 첫 보물....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도 없었고...

솔직히 말아면 부인하고 싶었다. 기쁨도 있었지만

겁나고 무섭고 두려웠다.... 또 잃을것 같고 지키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으로

10달을 견딘 것 같다.


다행히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그런데 난 늘 혼자 아이를 봐야했다.

일을 안한다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들었는지

집안일 육아 모두 내가 감당하려 했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남편을 나도 모르게 내치기 바빴던 것 같다....


매일 남편은 출근했고, 친구들은 멀어졌고,
나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안에서
하루 종일 울고 있는 아이와, 말도 없는 벽만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 몇 달, 몇 년이 흘렀을까.

나는 점점 말수가 줄었고,
마음은 텅 비어갔다.
가끔은, 정말 가끔은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이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너무 미워서
아이에게 소리치고,
아무 말 없이 모른 척하고,
울고 있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고,
어느 날은 감정이 터져 손이 먼저 가기도 했다.


누가 보면 나쁜 엄마라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외로웠고,
너무 지쳤고,
무엇보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괜찮아, 네 마음 알아”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뉴스에 나오는 아동학대.... 저게 내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치는 날이 많았다.

늘 재워놓고 미안했다. 자는 아이를 보며 울며 보낸날만 늘어가는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이제는 조금 자라
말을 곧잘 하고,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을 때,
어느 날 조용히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가 예전에 많이 미안했어. 엄마도 처음이라 니 맘을 몰라줬던것 같아.
엄마가 힘들어서 그랬어.... 정말 많이… 미안해.”

내가 울먹이며 그 말을 전하자,
아이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괜찮아, 엄마.
그때 엄마 많이 힘들었잖아.”

순간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어떻게 그 어린아이가
나보다 더 큰 마음으로
나를 안아줄 수 있었을까.


그 순간 나는
용서라는 말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아이는
내가 울고 있는 걸 아무 말 없이 안아주었고,
나는 그 품 안에서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이에게 받은 그 ‘괜찮아’라는 말이
내 우울했던 시간들을 처음으로 따뜻하게 덮어주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미움도, 그 울음도,
결국 나 스스로도 너무 아팠다는 증거였다는 걸.


엄마 힘내.

이 한마디가 나를 너무나 사무치게 만들었다.


지금은 13살...

키가 나만하고 내 신발을 같이 신는 아이에게 난 늘 미안한 마음이 먼저지만

늘 내편인 내 보물....

한번씩 꼭 안아줄때... 이제 내가 많이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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