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어른이 된 아이. 8

아이를 키우며 다시 만난 어린 나

by 담빛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자주 과거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울 때,
서운하다고 말할 때,
말없이 고개를 숙일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안에서 꿈틀거렸다.


그 감정의 정체는
아이를 향한 걱정이기도 했고,
그 시절의 나를 향한

뒤늦은 슬픔이기도 했다.


어려서 한 번도 감정의 수용을

받아본 적이 없던 나는

아이들의 감정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어떻게 받아줘야 할지 알지 못했다.

말 그대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으니

사랑을 주는 방법도 몰랐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냉정하고 차가운 엄마의 모습이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보이는 듯했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 해졌고

아이들에게 더 할 수 없는

미안함이 올라왔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전히 어려웠기에

지금 당장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바로 아이들에게

변화된 내 모습을 보여주거나

바로 따뜻한 엄마가 될 순 없었다.

사람은 그렇게 로봇에게

입력시켜 바뀌듯이

한 번에 수정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었던 거다.


지금의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물으며

감정을 읽어 보려 노력한다.
“왜 그랬어?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한 거야?”
“지금 어떤 기분이야?”

그 질문을 던질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앞서 눌러 놓은 미안함과 함께
누군가 어린 시절의 나에게
이렇게 물어준 적이 있었을까?

한 사람이 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고

받아 줄 수 있는 따뜻한 엄마가

될 수 있긴 했던 걸까?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다 보면
문득 깨닫는다.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게 아니라,
그때의 나를 이 아이를 통해

다시 안아줌으로 나를 회복하고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아이들이 울음을 멈추고
내 품에 안겨올 때,
나는 속으로 조용히 말한다.

“괜찮아.
더 울어도 돼. 엄마가 다 들어줄게”

그 말은
아이에게 하는 말이면서,
어쩌면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처음 건네는 위로였다.


진정한 어른으로

아이의 감정을 수용한다는 마음으로

위로를 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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