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흔들리는 날들 앞에서
회복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삶이 곧장 부드러워지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현실은 바빴고,
아이들은 자랐고,
경제적인 문제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았다.
가끔은 다시 예전처럼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할 것 같은 날들이 찾아왔다.
그럴 때면
예전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버텨내는 것 밖에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방식이
나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건 아니다.
여전히 참는 게 익숙하고,
도움이 필요해도 망설인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이 감정은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무거운 건 아닐까?’
‘내가 나누면 이 마음이 혹시
가벼워지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아주 조금, 마음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다 또 힘든 날이면
예전처럼 나를 몰아붙이지 않고
“지금 많이 버거운 상태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이전 같았으면
약해졌다고 느꼈을 그 말이
지금은 오히려 나를 붙잡아준다.
삶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나는 더 이상
내 감정을 적으로 두지 않는다.
불안해지는 나를 탓하지 않고,
흔들리는 나를 실패로 규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고
조용히 인정해 본다.
어쩌면 회복이란
다시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흔들릴 때 나를 미워하지 않는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불혹’
‘더 이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다’는
그 나이가 된 지금의 나도
여전히 유혹에 흔들리고
한없이 나약하고,
오늘의 나도 역시
과거의 나처럼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예전처럼
무너지는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조금은 달라졌다는
작은 증거일지도 모른다.